구순 노모는 새로운 것에 대한 경험을 참 좋아하신다. 지금은 코로나 시대라 웬만해서 엄마의 울타리 밖을 나가시지 않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자식들은 번갈아 엄마를 모시고 국내외 여행을 다녔다.
엄마가 지금도 중요하게 보관하고 있는 것이 세계 각국의 입국 도장이 찍힌 여권인데, 가끔씩 페이지를 넘기며 옛 추억을 꺼내 보기도 하신다.
그런데, 그 추억에 반드시 등장하는 것이 여행지에서 가져온 자그마한 돌들로, 그 지역의 흔한 돌 하나가 여행지에서의 모든 경험을 기억하게 하는 기막힌 물건이다. 그래서 엄마가 수집한 돌들은 일반적인 수석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거실 한 쪽에 놓여있는 돌들 중 가장 앞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예수님과 십자가 돌이다. 국내 여행 시 발견해 가져왔다시는데, 직경 10cm도 되지 않는 작은 돌 속에 앉아 계신 예수님이 바로 50세 이후 엄마 인생의 주인 되신 분이다.
유교 집안에서 처음으로 하나님을 믿게 된 젊은 시절의 나에게 어느 날 걸려온 엄마의 전화 한 통. '지금 내가 너무 힘들어 점을 치러 갈까 아니면 교회를 갈까 하는데 네 생각은 어떠냐?' 난 떨리는 마음으로 '당연히 나야 엄마가 교회 갔으면 좋지요'하고 말씀드렸는데, 그 말 한마디에 '알았다' 하시고 그 다음 주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해, 지금까지 곁눈질 한 번 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께 모든 것을 토로하며 그 힘든 시절을 견뎌오신 엄마시다.
올해로 구순이신 지금도 삶의 지혜가 다 성경에 있다시며, 성경 통독과 기도, 예배에 힘을 쓰시는 엄마. 성경 말씀과 자신의 삶의 색깔이 별반 다르지 않은 노모의 모습을 보며, 어려운 시절을 예수님의 십자가를 의지해 묵묵히 지나오시더니, 말년을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살고 계심을 고백하는 이 놀라운 은혜.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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