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들 모두 혼인을 하고 각자의 살림을 하고 있어도, 여전히 집에는 아이들의 잔재가 여기저기 남아 있어 아직도 애들과 같이 사는 것처럼 느껴져 언젠가부터 아이들 물건들을 대대적으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오다가 드디어 3주 전부터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발견한 마리오게임기. 큰아이 5살 때쯤 (아마 서울 올림픽이 한창이던 1988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 세계적으로 일본산 마리오 게임기가 열풍을 일으킬 때였는데, 가난한 유학생 시절이지만 옆집 친구 집에 새로 들여놓은 마리오 게임기를 너무 해보고 싶어 하는 큰 애에게 책 읽기 아니면 착한 일(?) 아니면 뭔가로 서로 계약을 맺고 50불 이상을 주고 사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한 달 생활비가 6, 700불 정도였으니 내가 사준 것 중에는 거의 최고 고가품이었을 것이다.
큰애는 게임기에 넣고 쓸 게임팩을 사느라 열심히 용돈을 모았을테다. 이 게임기는 1992년 남편이 포스닥 과정을 마치고 가족 모두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아이들 뿐 아니라, 남편 친구 유학생 머리 잘라줄 때 사용하기도 하고, 나와 남편 사이 저녁 설거지 할 사람을 뽑는 방법으로, 또 한국서 방학 중에 놀러 온 막내 여동생의 밤샘 오락기로도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그 사이 다양한 오락산업이 발전하면서 세상이 컴퓨터 오락으로 옮겨 가면서 게임기는 창고 한 쪽에 모셔져 있다가 이사 갈 때마다 한 번씩 옛 기억을 상기시키는 물건으로 남아있었는데, 이번에 큰아이에게 버릴까 물어보니, 일단 TV와 연결해 게임기 작동 여부를 확인하면서, 중고사이트에 올려진 가격이 얼만지부터 살핀다. 벌써 30여 년 전 물건이라 버릴 법도 한데 세상 어딘가에서는 이 오래된 중고 물건이 사용되고 있는 모양이다. 가지고 있는 게임팩 중 야구 게임팩은 거의 10불에 팔리고 있었다.
사연이 있는 물건이라 함부로 버릴 수 없어 가지고 있었던 것인데 드디어 주인에게 양도하면서 오랫만에 즐거웠던 젊은 날을 잠시 돌아보는 기쁨도 만끽할 수 있었다.
'응답하라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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