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이 다시 개장되어 수영을 시작하고 나니, 자전거 타는 게 잠시 소원해져, 지난 주말 일주일 만에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분명히, 늘 다녔던 자전거 도로이나 뭔가 달라진 풍경이 느껴진다. 뭐지? 아~ 바로 잡초, 아니 들풀이 유치원생 키만큼 자라, 매화나무 가로수에까지 덤벼들 기세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서 찬 바람에 움츠러있던 잡초들이 기지개를 켠 모양이다. 4월 초 흐드러지게 핀 연분홍 매화꽃 사이로 달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매실을 한 가득 맺히고 푸른 잎이 청청한 청년 매화가 나무 터널을 만들어, 바이커들에게 뜨거운 햇빛을 막아주는 시원한 그늘막을 제공한다.
이에 질 세라, 보랏빛 갈퀴나물과 붉은 토끼풀, 흰 망촛대 꽃이 쑥쑥 자라 풍성한 숲을 이루며 오고가는 바이커들에게 강렬한 손짓을 보낸다. 나도 꽃이다~ 이런 들풀 뒤에는 어김없이 관목들이 등으로 받쳐주고 있는데, 그 중에 팥죽색 꽃을 피운 족제비싸리 나무가 눈에 훅~ 들어온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중후하게 서 있는 폼새가 기특하다. 하지만 이들도 계절이 바뀌면 다시 사라지겠지.
조금 더 페달을 밟으면 흰 색 샤스타 데이지는 서서히 지고 그 자리에 화려한 진노랑 금계국이 꽃밭을 이루는 곳이 있다. 한 쪽에서는 너무 우거진 들풀을 베어내는 손길이 분주한데 계절이 지나갈 때마다 달라진 풍경을 행복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수고하는 그 손길 덕인 것에 감사함을 표한다. 상큼한 풀향으로 바이커들에게 생의 마지막까지 충실한 나눔을 제공하는 베어진 들풀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저만치, 늘 그렇게 푸르게 서 있어 오가는 사람들에게 그 곳이 낯설지 않도록 점잖게 배려를 하는 한 그루의 듬직한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비록 사람의 언어로 같이 소통할 수는 없지만, 하나님이 공급하시는 늦은 비와 이른 비를 마신 후, 아름다운 색을 내며 왔다가는 들꽃들의 순종, 언제나 오가는 이의 이정표가 되어주는 넉넉한 마음, 그리고 들꽃과 심은 꽃들이 서로 경계하지 않고 더불어 사는 조화로움을 보며 순리대로 살면서 삶의 마지막까지 예의를 다하는 그들이 인생에게 주는 교훈을 마음 깊이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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