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비가 오더니 사방 먼지를 모두 걷어갔는지 새벽 하늘이 높고 푸르다. 공기는 맑고 산뜻해 자전거 라이딩에 더할 나위 없는 최적의 조건이다. 아침 7시 경 남편과 함께 관평천을 출발했다.
어디선가 진한 향내가 코 속으로 깊숙이 들어온다. 아~ 맛있다. 아카시아꽃 향기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도로 양 옆을 둘러보니 포도 송이 같은 아카시아꽃 천지. 게다가 수수하나 순결한 찔레꽃까지 덤으로 피어있다. 이 뿐인가? 몇 분되지 않아 오른쪽엔 붉은 토끼풀꽃, 왼쪽엔 새하얀 샤스타 데이지가 무리져 피면서 오가는 라이더의 맘을 보드랍고 순수하게 정화시킨다. 함께 자라 함께 핀 후 함께 지는 이 녀석들은 우리를 보며 무엇을 생각할까?
이들 무리 중에, 생뚱 맞은 녀석이 눈에 들어온다. 보통은 가정 집 뜰 안에 다소곳이 서 있어야 할 붉은 양귀비 한 송이가 붉은 토끼풀 무리 안에 떡 하니 자리잡고 있다. 나처럼 집안이 답답해서 소풍 나왔나? 사람이 심은 것 같지 않은 진노란 금계국도 이들 중에 드문드문 자리잡고 나도 있어요~ 소리친다.
조금 더 가니 예수님 십자가같은 순백의 산딸나무 몇 그루가 인사한다.
어머 부채붓꽃이네~ 친정엄마가 자수 놓으실 때 소재로 많이 사용하셨던 바로 그 보라색 꽃. 그 옆에는 핑크공주 손녀들이 좋아 할 분홍색 병꽃나무가 수줍게 서 있다.
5월의 자전거 도로는 양 옆의 나무가 점차 녹음이 짙어져 어느 새 나무 터널이 되어 가고 있고, 그 밑에는 노란색 애기똥풀과 훌쭉 키만 큰 흰색꽃의 망촛대가 서로 친구하며 서 있다. 장미만 꽃인가? 나도 꽃이라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1시간 여를 달리면서 눈 앞에 들어오는 꽃, 나무들과 얘기하다 보면 어느 새 맘 속에 총천연색 꽃무지개가 활짝 피어 오른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절이지만 덕분에 생긴 취미 덕에 새롭게 얻은 또 다른 기쁨이다. 이 참에 나를 늘 반겨주는 꽃친구들 이름을 제대로 배워 하나씩 불러가며 친구 놀이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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