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여파로 온 국민의 생활 반경이 가정 내로 한정되면서 처음에는 감염 위험 때문에 작아진 생활 동선에도 잠잠히 참아 오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감염자의 수가 대폭 감소하면서 그간 참아왔던 가정 외 사회 활동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아직도 감염자는 발생하고 있고, 치료제 개발은 여전히 시간이 걸릴 거라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라 되도록 생활 방역 및 개인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은 진행되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늘 하던 수영도 체육시설이 폐쇄되면서, 2달 반 째 운동을 하지 못해 우스개 소리로 '확~~찐 자'가 되어가는 듯해 무릎 운동 겸 바깥공기 쐬는 기쁨을 누리려고 일주일에 3번 정도는 왕복 14,5 km 정도의 자전거 라이딩을 하고 있다.
늘 집에서 출발해 관평천을 지나 갑천 하류 쪽으로 원촌교 또는 둔산대교 정도 갔다 돌아오는 코스를 이용했는데, 오늘은 왠 바람이 불었는지 거꾸로 가는 코스인 대청댐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어차피 남편과 속도를 맞추지 못해 먼저 보내고, 왕복 1시간 반 만 라이딩하기로 하고 알람을 맞춘 후 출발했다. 처음 가는 코스지만 이정표가 꽤 잘 되어 있고, 갑천 하류 쪽보다 다니는 사람이 적어 라이딩하기엔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들풀, 마른 억새, 그 옆의 작은 천을 보고, 느끼고, 감사한 마음으로 달리다, 맞춰놓은 알람 소리에 다시 집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후에 근무하러 가야 하는데, 이른 아침부터 힘을 다 써 버리면 저녁엔 거의 초주검이 되는지라.
그런데, 달리고 달려도 집으로 향하는 길이 나오질 않고, 전에 다녔던 갑천 하류로만 연결된게 아닌가? 갑천 저 편엔 늘 다니던 자전거 길은 보이는데 도무지 갑천을 건너갈 다리나 징검다리가 보이질 않는다. 갑자기 패닉 상태가 된다. 순간, 머릿속엔 별 생각이 다 든다. 남편에게 차를 가져오라 해야 하나? 어떻게 또 거꾸로 달리지 등등. 그러다 만나게 된 징검다리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어림짐작으로 500m는 되어 보이는데도 거꾸로 다시 가는 것보다 자전거를 들고라도 징검다리 건너서 익숙한 길로 집을 가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이미 1시간 반 이상 라이딩을 했기에 다리가 풀린 상태인데도 얼른 자전거를 질질 끌고 징검다리 하나 밟는 순간 돌 사이에 놓인 쇠발판을 발견했다. 어머나, 나 같은 사람들이 또 있나 보구나! 지친 사람 다리를 위해 자전거를 쉽게 끌고 가도록 이런 발판을 만들어 놓다니.....
이건 놀라운 '배려'이고 아름다운 '사랑'이었다.
덕분에 맘 조리지 않고 익숙한 자전거도로를 이용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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