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늘 하던 수영을 못하게 되어 차선책으로 자전거타기를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집 옆의 관평천을 따라 갑천 길로 접어들어 원천교, 둔산대교, 유성구청 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는 한쪽에는 내가 흐르고, 주변에는 다양한 꽃나무들, 시절마다 각양각색의 산야초가 나고 자라 같은 곳을 라이딩해도 매일의 색깔들이 다르다. 게다가 바람을 가르며 달려가는 기분이란 나이를 잊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4월 초 어느 날, 늘 다니던 자전거 도로 옆에 눈에 들어오는 꽃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가로수로 심어진 다른 벚꽃은 거의 떨어져 푸른 잎사귀만 남은 중에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 녀석이었다. 예쁘기도 해라~
그런데 꽃나무 중앙에 서 있는 가지가 위로 뻗어있지 않는 게 보였다. 어라 저게 뭐지? 궁금했지만 자전거 탄 지가 얼마되지 않았기에 돌아오면서 보리라 하고 지나갔다. 라이딩 내내 너무 궁금해서 돌아오는 길에 그 꽃나무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찬찬히 살펴 보았다.
중앙에서 올라온 굵은 기둥 위에서 뻗어나간 가지 2개가 양 옆으로 꺾여져 있었다. 속살이 검어진 걸 보니 요 사이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꽃나무 몸체와는 가지의 껍질 부분 조금만 연결된 상태로, 기막히게도 죽지 않고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순간 온 몸에 소름이 쫙~~~
강풍이 그랬을까 아니면 사람이 그랬을까? 하지만 이 녀석은 자신의 상황을 탓하지 않고 꽃나무 본체에 기꺼이 매달려 온 힘을 다해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아름다운 꽃까지 맺으면서.
부끄러웠다.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불편함과 불안함, 염려 등으로 주어진 상황이 어떠하든 감사를 충분히 못하고 살았던 것들이. 부러진 상태조차 담담히 받아들이며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내고 있는 꽃나무 가지와 그 부러진 가지를 끝까지 놓지 않고 기어이 꽃이 피도록 생명을 보태고 있는 꽃나무 기둥을 보며, 이 꽃나무가 하나님이 너와 늘 동행하고 있으니 어찌됐든 오늘을 힘껏 살아내라고 보내신 하나님의 천사인가 싶어 두고두고 기억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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