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2020 텃밭의 봄 - 코로나19가 준 식탁놀이

신실하심 2020. 3. 11.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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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와 달래가 손짓하는 봄이 왔다. 겨우내 실내에서 움추리고 있다가 엄마 집을 방문하는 주말이면 따끈해진 햇볕을 직접 쪼일 수 즐거운 시간. 울 안 곳곳에 봄을 알리는 매화, 산수유가 꽃망울을 맺히고, 땅 속에서는 열심히 꽃대를 올리는 수선화와 튤립, 원추리가 여기저기 삐죽대고 있다. 마늘싹은 지난 주보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더 씩씩하게 올라와 있고, 겨울을 지나 온 쪽파도 싱싱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 때 쯤이면 적어도 한 두번은 꼭 먹어야 하는 게 달래와 냉이다. 비닐하우스 달래나 냉이와 같지 않게 노지 냉이와 달래는 가늘고 얇아서 아기처럼 살살 다루어야 뿌리까지 캐낼 수 있다.


이 날도 냉이와 달래를 먹겠다는 일념으로 쭈그리고 앉아 한참을 캤다. 캐고 다듬는 게 일이지만 그래도 먹을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고 여기고 있는터라. 난 캐고 엄마는 다듬고. 이웃 집 어르신이 나 왔다고 쪽파를 한 줌 캐 오셨다. 이게 웬 떡! 너무 감사하다. 


이제부터 맛나는 봄 식탁을 차려보자. 어차피 봄 먹거리라야 냉이, 달래 외에 겨울을 지낸 마른 나물이지만 지금처럼 코로나19로 울 밖을 나가기가 어려운 때는 얼마나 귀한 먹거리인지...


1. 달래 무침 : 달래 머리가 떨어지지 않게 조심스레 씻은 후 물 빠지게 채반에 놓은 후 적당한 길이로 자르고, 무침 양념장(돌게장 간장 8큰술+고추가루 2큰술+참깨 적당량)을 만든 후 썬 달래를 넣고 살살 무친다 


2. 냉이 나물 : 뿌리흙이 떨어져나가도록 찬 물에 여러 번 씻은 후 끓는 물에 잎이 선명한 녹색이 되도록 데쳐 찬 물에서 살짝 씻어 건져내고 물기를 짠다. 적당한 크기로 자른 후 소금, 집간장, 깨소금, 참기름 또는 들기름 조금 넣고 무친다.(이 때 적당량의 으깬 두부와 섞어 무쳐도 좋다. 보통 봄나물처럼 향이 있는 재료에는 마늘이나 파를 넣지 않고 나물향을 먹도록 한다) 


3. 파전 : 깨끗이 씻은 노지 쪽파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그릇에 담고 계란을 넣고 비빈다(개인적으로 밀가루가 많이 들은 파전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계란으로 쪽파가 서로 붙을 수 있게 하는 것). 마늘소금(garlic salt), 마른 새우(멸치가루 또는 물 오징어도 가능)를 적당량 넣고, 빵가루 반컵, 밀가루 반컵 정도 넣어 재료를 섞는다. 쪽파의 물기와 계란으로 인해 밀가루가 축축한 상태가 되므로 굳이 물을 넣지 않아도 되는데, 프라이팬에 파전을 구울 때 기름을 충분히 달군 뒤 파전 반죽을 팬에 넣고 충분히 눌러줘야 재료끼리 잘 붙는다.


4. 미나리 대 초고추장무침 : 지인이 문고리에 걸어놓고 간 고마운 미나리. 씻어놓은 미나리대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 후, 초고추장에 살살 버무린다(다시마쌈 먹을 때 사용하고 남은 초고추장을 사용했음).


5. 미나리잎 나물 : 미나리 대 쓰고 남은 미나리 잎 부분을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헹군 후 물기를 짜고, 적당히 잘라 국간장, 참깨, 참기름(들기름 무방) 조금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6. 시래기 나물 : 삶은 시래기를 여러 날 새 물에 우린 후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큰 냄비에 넣고 마늘, 파, 집간장, 깨소금, 식용유와 참기름(또는 들기름)을 넣고 손으로 잘 섞는다. 다시멸치물(이번에는 북어대가리 삶은 물을 사용함)을 자박하게 넣고 중불에서 뭉근하게 끓인다. 다시물이 반 이하로 감소하면 뚜껑을 열고 타지 않도록 섞어주다가 냄비 바닥에 물기가 없어지고 나물이 부드러운 상태가 되면 냄비 뚜껑을 닫고 불을 끈다. 한 20여 분 지난 후 뚜껑을 열고 차려낸다.


7. 무나물 : 작년 겨울 저장했던 김장 무를 껍질을 벗기고 씻어 채칼로 썬 후, 소금을 조금 넣고 약하게 절인다. 30여 분 후 손으로 물기를 짜낸 후, 냄비에 넣고 파, 마늘, 집간장, 새우젓물, 식용유를 넣고 재료들을 잘 섞은 후 다시멸치물을 조금 넣고 중불에서 끓인다. 일정 시간 지나면 뚜껑을 열고 참기름을 살짝 넣고 수저로 저어가며 물기를 날려보내고 불을 끈 후 뚜껑을 다시 덮어 약 20분간 뜸을 드린 후 먹는다.(절이지 않고 만든 무나물은 부드러우나 물기 많이 생기는 반면, 절여서 볶는 무나물은 아삭한 느낌이 난다. 개인 취향에 맞춰서 하면 됨)


8. 묵은지 삼치조림 : 물에 한번 씻어낸 삭은 묵은지 2쪽을 냄비에  깔고 냉동실에 저장했던 삼치 필레 4쪽을 위에 놓는다. 다시멸치국물(북어대가리 삶은 물 사용했음)에 1:1 비율의 고추장과 고추가루, 마늘과 대파, 깨소금, 참기름을 넣어 섞은 양념장을 삼치 위에 골고루 얹은 후, 위의 다시국물을 재료가 자박자박하게 잠기도록 붓고  중불에서 끓인다. 다시국물이 많이 졸아 묵은지가 푹 퍼질 정도가 되면 불을 끄고 뚜껑 덮어 잠시 놔둔다. 10여 분 후에 먹으면 된다.

  

코로나19로 문 밖을 드나들 기회가 줄었지만, 덕분에 집안의 것들로 식탁놀이하는 재미가 다시 불붙고 있어 어렵지만 나름 즐거운 시간도 생겼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