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연약함, 고치심 그리고 짊어짐

신실하심 2019. 12. 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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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을 지나고 나니, 겉모습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으나, 몸근육이나 기력 등이 50대 같지 않다는 걸 새록새록 느끼는 참이다. 오래 살기 위한 것보다는 사는 동안 덜 아프게 살아야겠다 싶어 수영같은 운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지만, 나이가 들며 겉사람이 후패해진다는 사실을 꼼짝없이 인정해야되겠구나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게다가, 가까운 대학 선후배의 부고를 듣거나, 몇몇 지인의 암 발병이나 뇌경색 등의 소식이 들릴 때면 나 역시 그런 질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나이임을 깨달으며 편찮으신 분들의 어려움이 실제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의 시간 동안 다양한 모양으로 닥쳐오는 아픔과 고통에 일일이 반응하기엔 힘도 딸리고, 반응하는 동안 더 소진되어 바닥을 치는 영육의 상태를 경험하다 보니, 이제는 그것도 내 것이므로 와지는 상황과 환경을 무관히 여기며 지나가도록 조용히 견뎌내는 것이 더 지혜로운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60 평생 중, 아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란 상황을 여러 번 맞이했었다. 유학 중 심각한 스트레스로 탈수가 와서 수액을 맞는 중 쇼크가 와 고생한 적도 있고, 시어머님 장례 도중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고 다리로부터 혈관이 터지는 듯한 고통에 혀까지 말려 말도 나오지 않는 상황으로 급히 응급실로 이송되었던 위급한 순간도 있었다. 40대 후반엔 폐결핵 치료 중에 각혈이 나와 대학병원에 진료를 갔더니, 폐암일 수도 있겠다는 의사의 말에 망연자실한 적도 있었다. 이 뿐인가? 재정이나 관계 등으로 힘겨웠던 순간들을 세라면 얼마든지 셀 수 있을 정도로 하늘과 땅을 수 차례 왔다갔다 했는데,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을 보면 하나님의 은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갖고 있던 질병이 낫기도 하지만 또 다시 재발하여 동일한 고통을 겪을 수 있고 현재의 질병이 치료되어도 언젠가 또 다른 질병으로 고생할 수 있으며, 재정과 관계가 언제든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게 연약한 인간의 실존이다.


마태복음 8장과 9장에는 병자를 치료하시는 예수님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예수님이 아픈 부위를 만지심으로 치유가 된 나병환자도 있고, 백부장의 하인처럼 예수님의 말씀으로 즉시 나음을 입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이후에 다시는 질병에 걸리지 않았다는 기록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 당시 질병에서는 치유함을 받았으나 그 후에 또 다른 질병에 걸리지 않았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되는 예수님의 말씀이 있으니, 바로 '선지자 이사야를 통하여 하신 말씀에 우리의 연약한 것을 친히 담당하시고 병을 짊어지셨도다 함을 이루려 하심이더라'(마8:17)가 바로 그것.


어차피 인생은 연약함을 기반으로 한다. 지금 연약함에서 벗어낫다해도 또 다시 연약한 상태에 놓여질 수 있는 불완전한 실존. 그게 바로 인간이기에 이런 인생에게 예수님은 너의 연약함 자체를 당신이 친히 담당하시고 짊어지시겠다고 하신 약속은 만지거나 말씀으로 고치시는 예수님의 기적을 뛰어넘는 더 적극적 구원이라 느껴진다. 이는 연약함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우리의 짐을 같이 지어주심으로 각자가 짊어질 연약함의 무게를 가볍게 하실 뿐 아니라 온전한 이로 말미암아 삶의 무게에 의한 두려움도 사라지게 하시며, 평생의 벗으로 우리 안에 늘 같이 사시는 주님으로 존재하셔서 부족하고 연약함에도 그것을 뛰어넘어 넉넉히 이기고 충분히 즐거워하며 사는 삶을 선물로 주신다는 사실에 힘이 난다.


늘 나만 외롭고, 나만 아프고, 나만 가난하며 나만 힘겹다고 생각하는 우리들. 이제는 홀연히 주님과 함께 일어서자.

늘 건강하고 늘 재정적으로 풍부하며, 늘 관계가 좋을 수 없지만, 우리의 연약함을 지금 나와 같이 짊어지고 계신 예수님으로 인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건강을, 재정을 그리고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었다는 감사의 고백을 드리자. 당장 만지시거나 말씀으로 우리의 영, 육, 재정, 관계 등의 어려움을 사라지게 하지 않으실지라도 친히 우리의 연약한 부분을 함께 지고 끝까지 벗해주실 주님으로 인해 외롭지 않고 가벼워진 발걸음을 떼고자 한다. 이것이 더욱 적극적인 하나님의 구원 방식이므로 ....... 할렐루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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