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참 다행이다 !

신실하심 2019. 11. 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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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에게 잘 살아왔냐고 물으면 바로 '예' 라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나 열심히 살아왔냐고 물으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예'로 답할 수 있다.


결혼해 시모님, 시누이, 시동생과 같이 생활하다, 미국에서 세 아이들과의 햇수로 10년의 유학 생활, 다시 한국으로 와 시모님 모시고 애들 양육과 직장 생활을 병행하며 가장 눈물겹게 힘들었던 것은 바로 세 아이들 양육이었다. 아들 둘, 딸 하나. 지금이야 우스개소리로도 금메달은 커녕 노메달 감이지만 애들 어린 시절에는 자녀 성(性)과 수(數)에서는 금메달이라는 소리를 들었었지.


하지만, 여성이라 그런지 딸과는 그리 어려운 시절이 많지 않았지만 한번도 남자인 적이 없는 나에게 아들 둘을 키우는 과정은 그리 녹록하진 않았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애들을 잘 키우고 싶은데 내 생각과 달리 애들이 가끔은 엇나가기도 하고 뒤처지기도 하며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에 울며 보낸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큰 애 양육하며 시행착오를 한 부분을 작은 애에게 적용할라 치면 또 다른 어려운 문제에 부딪쳐 난감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애들이 세상이 말하는 이상한(?) 반항아가 아니라 학교에서나 친구 관계 등에서는 아주 원만한 그런 애들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내게 가장 버거운 일이 뭐냐고 물으면 대뜸 '애들 키우는 거'라고 말하곤 했다. 내 일은 내가 열심히 하면 별 일 없이 잘 마무리를 할 수 있는데, 내 열심만으로 애들이 양육되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때때로 절망적인 생각을 가져오기도 했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울며불며 하나님께 매달리면서 여기까지 오다보니 어느 새 세 아이들 모두 결혼해 자신들의 가정을 꾸려가고 있으니 참으로 감사하기 그지 없다.


돌아보면 3, 40대의 나는 머리로는 하나님 안에서 영적인 아이로 키우겠다고 생각하며 가슴으로는 세상과 다를 바 없이 좋은 성적, 좋은 학교 등에 집중해 양육하려 했고, 내가 계획해 놓은 이상적인 마스터플랜대로 애들을 가이드하는 게 좋은 엄마의 양육 방식인 줄 알았던 것 같다. 그것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얼마나 어리석은 엄마였는지...


아이들은 내가 이끄는대로 가 주질 않았다. 나는 그로 인해 때때로 오열했고 슬퍼했으며, 절망과 자책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하나님께서 내 기도에 응답해 주시지 않아 원망하면서.    


그런데 한참의 시간이 지나 육십 줄에 들면서 내가 얼마나 유한하고 부족한 존재인지 깨닫게 되면서, 내가 원해 기도했던 것 들 중 이루어지지 않은 많은 것들도 하나님이 친히 개입하신 인생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나 뿐 아니라 아이들 한 명마다 지금껏 하나님이 가장 적절하게 빚고 계시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지금의 모습들이 세상적 잣대로 보면 그냥 그런 평범한 모습일 터이지만, 나의 왜곡되고 어그러진 양육 태도와 방식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이들과도 지속적으로 일대일 관계를 맺으며 아담의 죄 이전의 모습으로 회복시키는 작업을 기꺼이 담당하고 계시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드릴 뿐이다.   


그래서 참 다행이다. 여전히 엄마이기 때문에 현재의 자녀들 모습보다 내 식의 더 나은 것을 기대하기도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을 위한 나의 기도가 바뀌고 있음을 고백한다.


하나님을 진심으로 만나게 되기를... 

이리저리 내쳐지는 시간들을 아파하지 말고 하나님이 삶의 온전한 틀을 만드시는 시간임을 알고 견뎌주기를...

지금의 모습보다 더 아름다워질 내일의 모습을 소망하며 하나님과 늘 동행하기를...

하나님의 은혜로 주시는 결과로 기뻐하기 보다 그저 하나님이 아버지이심으로 감사하기를...

각자가 하나님께 얼마나 가치있고 존귀한 자인지 인식하기를...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또 다른 나인 형제와 이웃들도 마땅히 가치있고 존귀한 자이므로 더불어 사는 삶을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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