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집 뒤란의 돌짝밭에 야생 갓이 한창이다.
작년 가을 어디선가 날라온 갓씨가 척박한 돌짝밭에 뿌리를 내려 겨울을 지내더니 봄이 오니 여리한 야생갓 잎을 예쁘게 키우고 있다.
지금은 연한 열무 줄기 정도의 굵기인데 좀 더 놔두면 질겨질까 봐 얼른 캐서 갓김치나 갓나물로 조리하려고 호미와 칼을 들고 나섰다.
그런데, 뿌리의 깊이와 굵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연장을 사용해 자르고 캐려는데 도무지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한참 뿌리와 실랑이 끝에 몇 포기를 캤는데 뿌리의 굵기가 어마어마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한참을 들여다보다 돌짝밭같이 척박한 땅에서 버텨내려니, 억세고 투박했던 우리네 아버지의 손처럼 굵고 넓고 억센 뿌리로 자라 땅속 깊이 뻗어 자신의 사방에 갓 줄기가 새끼를 치며 적당한 향을 담고 예쁘게 자라도록 스스로를 바치고 있었다는 생각에까지 미치니 마음 한 켠이 울컥한다.
그러다, 돌짝밭 야생 갓처럼, 나의 인생도 때때로 척박하고 거친 상황에 처하며 살아왔는데, 내 삶의 뿌리는 어디에 얼마나 견고하게 박으며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이 대목에서 문득 떠오르는 성경 구절 하나.
그러므로 너희가 그리스도 예수를 주로 받았으니 그 안에서 행하되 그 안에 뿌리를 박으며 세움을 받아 교훈을 받은 대로 믿음에 굳게 서서 감사함을 넘치게 하라” (골2:6-7)
이제껏 살아온 up& down의 삶에 비해서, 외부적으로 보기에 별 풍랑 없이 지내온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40여 년 간 신앙생활을 해 오면서 나의 구주 예수님께 뿌리를 박고 말씀 따라 살려고 발버둥 치는 나를 긍휼히 여기신 하나님의 빚으심으로 나도 모르는 새 비바람을 감당할 정도의 굵은 뿌리로 자라게 된 때문은 아닌지.
나를 잡고 여기까지 오게 하신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차가운 눈보라에도, 빨아 마실 물도 없어 보이는 돌짝밭에서도 거침없이 새파란 이파리를 키우는 야생 갓의 듬직한 뿌리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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