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으로 ~

밥상머리 교육

신실하심 2024. 12. 12.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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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내일은 미역떡국 먹을래요~~' 카레밥과 나물들로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손녀의 주문이다.

 

얼마 전, 들깨미역국에 떡국떡을 넣어 끓여줬더니 꽤 맛이 있었나 보다. '그래~ 알았다~'

 

대부분 다음 날의 메인 메뉴는 이렇게 손주들이 주문하는 것으로 결정되고, 거기에 맞춘 부식들로 한 끼 식사가 준비된다.

 

애 둘의 식성이 달라 같은 반찬도 다르게 먹지만, 상대의 먹는 것을 보면서 싫은 음식도 익숙한 음식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이 나의 식사 지도법이다.

 

고기류를 좋아하는 손자에게는 나물 반찬을, 채소류를 좋아하는 손녀에게는 고기류 반찬을 좀 더 신경을 써서 먹이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애들에게 음식과 몸의 관계, 몸이 어떻게 자라는지, 세포와 근육, 혈관, 뼈 등을 설명해야 해서 대학에서 강의하던 책들까지 애들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위해 들러리를 서야 했다. 

 

덕분에, 지금 아이들은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어, 노할머니와 식사할 때도 할머니 중심의 식탁임에도 아주 잘 받아들여, 식사 내내 흐뭇한 눈으로 증손주들의 먹는 모습을 보시는 노할머니까지 식사를 더 즐겁게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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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얘기 하나.

애들과 함께 body atlas라는 책으로 사람의 몸을 관찰하고 있던 중, 머리로 향하는 혈관들을 가리키며 이게 뭐냐고 묻기에 혈관을 통해 너희가 먹은 음식물 중의 영양소가 머리까지 보내져서 생각이나 운동 등을 잘하게 하는 거라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여서, 말미에 내가 한 마디를 더 했다. '얘들아~ 이 혈관이 가늘잖아. 근데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면 혈관 속에 흐르는 혈액이 많아져서 잘못하면 풍선처럼 펑하고 터질 수도 있어... 그러면 쓰러져서 생각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게 돼... 주아야 너 오래 살고 싶어? 네... 아주 오래 오래요... 그럼, 짜증내면 머리로 가는 혈관이 터질 수도 있으니 짜증 내는 건 좋지 않지...'

 

며칠 후, 동생이 무슨 일로 짜증을 내니, '노아야~ 너 그렇게 짜증내면 머리 터져!!!' 한다. 틀린 말은 아니나 내가 너무 과하게 설명했나 싶었지만, 내 설명을 귀담아듣고 염두에 둔 손녀가 기특하기도 했다. 밥상머리 교육이 통했나 보다.

 

이 얘기를, 남편이 에미애비에게 '할머니가 밥 잘 먹게 하려고 세포 이야기 해 주었다가 아이들이 세포 보여 달라고 보채서 할머니가 세포 그림 보여 주며 설명해 준 책들. 3살, 5살 아이들이 벌써 대학 서적들을 보기 시작했다. ㅋㅋㅋ'고 보냈더니, 에미가 보낸 답신 '영재 코스 밟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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