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황홀한 초여름 텃밭

신실하심 2024. 5. 3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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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텃밭이 내뿜는 건강한 푸름에 홀려 눈을 뗄 수 없었던 6월의 어느 주말. 
 
감꽃이 진 곳에 맺힌 아기 감이 유난히 앙증맞아 보이고, 머위는 담벼락을 타고 씩씩하게 자라 조금 있으면 통통한 머윗대를 수확할 정도가 되었다. 어린애 키보다 더 높이 자란 하얀 당근꽃이 벌과 나비를 유혹하는 동안, 텃밭 한쪽에서는 상추 한 무리가 열심히 잎을 키운다. 이렇게 환경을 탓하지 않고 계절에 맞춰 쑥쑥 자라는 채소들을 보니 나의 좁은 소견이 드러나 무척 부끄러워진다.  
 
푸름을 펼치고 있는 채소들 주위로 각종 화초들이 무리져 피어 꽃울타리를 만들고 있는데, 그 빛이 너무 황홀해 마음이 온통 꽃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샛노랑, 새빨강 그리고 진보라에 진홍빛까지 천하무적 화려함을 장착한 여러 꽃들이 푸름을 내뿜으며 얌전하게 자라고 있는 텃밭의 채소들을 씩씩하게 지키고 있다. 
 
파란 하늘 아래 내리쬐는 뜨거운 햇빛에 덥다고 아우성을 치는 건 오직 사람뿐이고, 늠름하게 서 있는 꽃과 채소들에겐 그저 따스한 사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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