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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가 단출해진 데다, 식사량이 줄고, 하루 세 끼를 밥으로 먹지 않는 탓에 예전만큼 김치 소비량이 많지 않아 올해는 겨울 김장을 넘어갈까 하는 중에 지인이 처가에서 키운 배추라며 한가득 실어 와 필요한 대로 가져가란다.
그럼 5포기만 가져갈까 하는데, 남편이 '우리 김치 맛있는데...10포기!!!' 이런다.
올 가을, 엄마가 형제들에게 준비해 준 내 몫의 김장용 고춧가루, 마늘, 무 등 김장 재료들이 다 엄마집에 있어 금요일 저녁, 퇴근을 마치고 부랴부랴 엄마 집으로 달려갔다.
배추를 절이고 씻고, 채수에 풀을 쑤고, 재료를 다듬어 씻고 잘라 배추 속 양념을 버무려 놓고 양념을 배추에 넣어 통에 넣고 마무리하는 데까지, 엄마와 남편 그리고 나의 합이 어찌나 잘 맞는지 토요일 오전에 모두 끝이 났다.
재미있는 건 엄마 집을 방문한 지 꼬박 13년이 되는 동안, 김장도 10번 이상, 해마다 텃밭 소출로 담가 온 김치만도 수십 번인데 김치를 담글 때마다 엄마의 한결같은 잔소리(?)는 줄어들 줄 모른다는 사실. 그런데, 더 웃기는 건, 70이 내일 모레인 딸의 마음에 구순 노모의 잔소리가 점점 더 자장가처럼 감미롭다는 것이다.
게다가, 내 평생 이렇게 조금 하는 김장은 처음이라는 엄마의 말씀이 내 귀에는 내년에도 엄마와 함께 김장을 할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의 소리로 들리니, 엄마바보 딸이 다 됐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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