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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할 일이 많다~~ 감도 따야 하고, 마늘도 심어야 하고...'
나를 보자마자 하시는 엄마의 말씀.
'예~예~예~~~'
엄마는 우리가 방문하는 토요일이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준비해 놓으시느라 이른 아침부터 무척 분주하신데, 이 날도 텃밭에는 심을 마늘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두둑은 며칠 전부터 엄마가 만들어 놓으셨고, 마늘을 심기 전 그 위에 상토를 뿌리는 일부터는 나와 남편의 몫.
연로하지만 노시는 법이 없으신 엄마의 진두 지휘 아래 나와 남편은 두둑에 상토를 뿌리고, 한 두둑 씩 맡아 마늘 심을 구멍을 만들어 한 알 씩 줄 맞춰 꾹꾹 심은 후, 흙을 덮어주면 되는데, 말이 쉽지 쪼그리고 앉아서 하는 일이라 십여 년 간 매해 하는 일임에도 아직도 일이 몸에 잘 붙질 않는다. 게다가, 꼬맹이 손주들이 두둑을 오가며 즐거운 훼방(?)을 놓고 있어 무척 더디기까지 하고.
그래도, 구순 노모에게 마늘 모종은 내년을 기약하는 희망의 표시라, 나와 남편은 기꺼이 엄마의 시중을 드는데, 엄마는 일 많이 시켜서 미안하다 하시고, 우리는 엄마가 오래도록 살아계셔서 본인이 기뻐하시는 일을 힘껏 도울 수 있으니 감사하다 하고...
이렇게 일주일에 하루, 엄마와 우리는 서로서로 고마워하는 시간을 진하게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