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감 따는 날

신실하심 2022. 10. 25. 15:47
728x90

파란 하늘이 너무 예쁜 지난 주말, 드디어 감을 따라는 엄마의 명령이 떨어졌다.

 

일복으로 갈아 입은 남편이 사다리와 바구니를 준비해 놓고 감을 따기 시작하는데, 미국에서 잠시 들어온 5살, 2살 꼬맹이 손주들이 할아버지를 돕는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바쁘다. 5살 손녀는 이미 할아버지가 딴 감을 받아 바구니에 넣느라 분주하고.

 

높은 곳에 달린 감을 따느라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할아버지가 재미있어 보이는지, 2살 손자가 겁도 없이 사다리를 한발 한발 오르더니 거의 꼭대기까지 도착했다. 아래로 내려 놓으면 또 올라가기를 수 차례, 감 따는 것보다 사다리 타는 아기 손자 붙잡는게 더 힘들다.ㅎ

 

그러다, 아가가 갑자기 잔디밭에 벌러덩 눕더니, 때마침 부는 바람이 부드러웠는지 깔깔꼴꼴. 노할머니가 아가를 일으키려는데, 꼬맹이가 다시 드러눕기를 수 차례. 증조할머니와  증손주가 이렇게 한참 실랑이는 벌이는 중, 감 심부름을 하던 손녀가 급한 소리로 나를 부른다. '할머니~ 감이 쌍둥이에요~' '그래? 우와 샴 쌍둥이네~~'

 

아가 손자가 벌떡 일어나 달려와 쌍둥이 감을 얼른 낚아채, 터진 곳을 쭉쭉 빨아먹는다. 맛있는지 눈가에 눈웃음이 가득하다.

 

텃밭 주인이신 노할머니는 벌써부터 작황이 궁금해 감을 세신 후 '올해도 오남매에게 40개 씩은 줄 수 있겠다~' 하시는데,  날씨도 좋고, 오랜만에 미국에 사는 증손주도 만나고, 게다가 작황까지 괜찮으니, 텃밭 주인의 기분이 최고였지 않았을까?  

 

'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늦가을, 마늘 모종  (0) 2022.10.25
어린 농부(?)  (0) 2022.10.25
마늘 모정(母情)  (0) 2022.10.17
꽃을 보며 인생을 생각하다  (0) 2022.10.17
고구마가 효자!  (0) 2022.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