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재봉 삼매경(三昧境)에 빠지다...

신실하심 2022. 7. 1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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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뭐해요?

응. 재봉틀 연습~

또 연습요?

이것도 공부처럼 자꾸 해 봐야 실력이 늘어~

아. 그렇구나...

손녀는 이해가 갈듯 말듯한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다.

 

퀼트 손바느질에서 재봉틀 바느질로 갈아탄 지 1년쯤.

 

시간 날 때 조금씩 하는 거라 실력이 나날이 늘지는 않지만, 미싱의 기본기 정도는 익혀진 상태여서, 가방이나 파우치, 슬링백 등 간단한 소품은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작아지거나 유행이 지나 폐기 처분되는 면바지나 청바지, 면티셔츠 등이 나의 주된 헝겊 재료로, 얇은 천은 속지로 쓰고, 도톰한 바지천은 겉감으로 사용한다.

 

좀 웃기는 비유기는 한데, 마치 제사장이 속죄제물의 각을 온 맘 다해 뜨는 것처럼,  새 천이 아니기 때문에 유행 지난 바지를 허리, 옆 솔기, 가운데 지퍼, 단추 또는 벨트 끈 등을 살살 발라내는 일은 나의 재봉에서 제사장의 경건함 못지 않은 세심함을 가지고 해야하는 무척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다리 부분은 큰 가방의 주된 재료로, 옆 주머니 부분이나 뒷주머니 등은 다시 또 작은 가방이나 슬링백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바지에서 나온 지퍼는 속주머니에 사용하거나, 작은 어깨 가방이나 파우치 입구에 사용하면 좋다. 어깨끈도 남은 헝겊을 적당히 이어 사용하고, 더 작은 천들은 모았다가 색깔 맞춰 재봉해 퀼트 형태로 재봉해 놓으면 작은 가리개나 휴지케이스 등으로 변신이 가능하니, 이래저래 별로 버리는 조각들이 없다.

 

할머니~ 왜 이렇게 많이 만들어요?

응, 연습. 만들어서 좋다는 사람 주려고~ 이 바지가 유행 지나고 폭이 너무 넓어서 못 입는 건데 한번 더 살게 해주는 거야~

맘에 드는 것이 있으면 골라 봐. 잘 쓸 거면 하나 가져~~ 할머니~ 이거요~ 얼른 하나를 집어 올리는 손녀.

 

해 질 녘의 나이.

그래도 뭔가 하고 있으면 나이도 잊고, 실력도 늘고, 나누면 기분도 좋아지고...

덕분에 요즘엔 자주 재봉 삼매경(三昧境)에 빠진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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