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86세 노모의 도전 - ‘한국의 모지스’를 꿈꾸며.....

신실하심 2017. 7. 2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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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가뭄으로 밭에 심어놓은 마늘대가 다 쓰러져 가슴 아파하시던 2017년 늦봄. 86세 노모가 또 다시 새로운 인생 작업을 시작하셨다.

 

동네 지인의 딸이 미술학원을 운영하시는 줄을 어찌 아셨는지, 몇 번의 전화 통화 끝에 드디어 미술 레슨을 받기 시작하신 것.

 

평생 가정과 자식만을 위해서 헌신하셨던 노모에게 이런 열정이 숨어 있을 줄이야.

 

선 긋고 물감 다루는 법 등을 몇 주 연습하신 뒤 드디어 4절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셨는데, 얼마나 열심히 그리시는지 1주일마다 한 장 씩의 그림이 새로 그려져 나온다.

 

평생을 짜투리 시간까지 아껴서 전통자수를 틈틈이 해 오셔서 인지, 시작한지 3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엄마의 그림은 초보 수준을 능가하는 듯하다.

 

내 비록 미술적 이해에 대한 안목은 없지만 엄마의 그림에서 그간 살아오신 이야기가 들려오고, 그림 속에서 춤추는 명랑한 분홍, 보라, 초록, 파랑 등 엄마의 내면이 느껴질 때면 덩달아 같이 행복해진다.

 

86세에 시작하신 수채화 놀이가 엄마의 나머지 생을 더욱 아름답게 수놓을 것 같아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이러다가 75세에 그림을 시작해 미국의 국민화가가 된 모지스 할머니처럼 ‘한국의 모지스’가 탄생되는 건 아닌지......

내친 김에 90세 생신엔 엄마의 두 번째 전시회가 열리기를 감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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