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김장, 월동 준비 끝 ~~

신실하심 2013. 1. 1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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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김장 날은 정말 추웠다.

겨울이면 딱히 먹을 음식 재료가 없는 시절이라, 겨우내 먹어야 할 몇 백 포기 배추와 무를 다듬고 절이고 씻어서 항아리에 꼭꼭 채워 넣는 삼일 간의 작업이야말로 집집마다 월동을 위한 행사였다. 그 때는 애들조차 꾀도 못 부리고 김장에 동원되어 그 과정을 모두 치러야 했는데, 지금처럼 김치 냉장고란 것이 있을 리 없어, 항아리에 넣어 땅 속에 파묻는 방식으로 저장하기에 언제나 김장 날은 추웠다. 따뜻할 때 김장을 했다가 김치가 빨리 익으면 그 다음 해 초 봄까지 맛있는 김치를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새는 각 집마다 김치 냉장고란 녀석이 한 개쯤은 있어서, 김장 날짜 역시 각자 편리한 시간에 맞춰 하니 여간 쉬워진 게 아니다.

 

이번 김장 날짜는 엄마의 요청으로 좀 일찍 하게 되었다. 김장거리는 대부분 엄마의 텃밭에서 나온 것으로 마늘, 대파, 쪽파, 생강 등등 모든 재료는 거의 한 달 전부터 엄마가 준비해 놓으시고, 엄마가 미리 뽑아놓으신 배추와 무를 서울 사는 동생들이 김장 전날 소금에 절여 놓으면, 김장 당일 형제들과 행사를 마치는 형식이다..

 

엄마와 올케는 마당에서 절인 배추를 씻어내고, 안에서는 동생들이 전날 썰어놓은 무채와 갖은 재료를 넣고 김치 속을 만든다. 이 때, 남자들이나 애들은 마당과 거실을 오가며 씻은 배추를 나르고, 배추 머리 꽁지를 떼어내거나, 그릇 정리 등 쉴 틈 없이 움직인다. 대체로 점심 전까지는 본격적으로 절인 배추를 버무릴 모든 재료가 준비가 된다.

 

작년까지는 거실 바닥에 앉아서 배추를 버무리느라 허리, 어깨 어디고 안 아픈 데가 없었는데, 올해는 둘째 동생의 제안으로 김치공장처럼 부엌의 식탁을 거실로 옮겨 그 위에 재료들을 놓고 서서 버무리기로 했다. 훨씬 수월하게 김치를 버무릴 수 있었다. 김치 만드는 방식도 점점 진화하고 있는 중..

 

각자 집에서 가져온 김치 통에 백김치, 김장김치, 깍두기, 허드레 굴김치 등등을 다 담고 보니 거실 벽에 한 가득.. 안 먹어도 배부르다.. 그런데, 엄마는 올해는 배추가 적었나 하시며 내년에는 더 많이 심어야겠다고 벌써부터 내년 걱정이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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