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이 좋지 않아 2주간 엄마 집 방문을 못했더니, 어느새 3월이 지나갔다. 4월 첫 주말, 심술궂은 봄바람 덕에 옷깃까지 잘 여미고 엄마 집을 방문하니, 여기저기 봄 소리로 가득하다.
이번 주도 거를 것이라 예상했던 딸이 증손녀들을 데리고 우르르 집안에 들어서니, 엄마는 더 반가우신 모양이다.
얘야~ 너 오길 한참 기다렸어...
원추리, 돗나물, 달래, 머위 등이 빠르게 올라오는데, 이를 먹어 줄 사람이 없어 애만 태웠다...
다 캐서 갖다 먹어라...,
예~ 엄마~
부리나케 텃밭으로 내려가 자세히 살피니 여기저기에 원추리, 달래, 쑥, 돗나물 등 야생 봄나물과 겨우내 추위를 이기고 싱싱하게 살아남은 짙푸른 잎의 시금치가 제법 있다.
우선 시금치부터. 시금치를 훑어 붙잡고 칼 끝으로 뿌리를 잘라 잡아당기면 되는데, 손녀들이 하겠다고 나서서 방법을 알려주니 금새 광주리에 시금치가 가득하다.
그 사이, 난 호미로 달래가 난 곳의 주변 흙을 살살 캐서 뿌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잡아당겨 뽑아내고, 전지가위로 원추리 잎대를 쓱쓱 잘라 한 주먹 정도 모였다.
한 줌 씩 뜯어서 먹는 봄나물에도 사용하는 연장에 따라 잘 뽑히기도 하고 잘 안되기도 하니, 텃밭 광에는 다양한 연장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을 수 밖에. 모양도 성질도 다른 연장들이 조그만 텃밭 살이의 중요한 도구인 것처럼, 생각도 모습도 나이도 처지도 모두 다른 사람들 한 명 한 명도 함께 사는 세상에서는 모두가 중요한 구성원이란 생각이 잠시 스쳐갔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필요 없는 존재가 없음이 확실하다.
뜯은 나물들을 바로 정리해 시금치나물, 원추리초고추장무침, 달래 간장 무침을 해 놓으니 손녀들이 달려들어 한 입씩 먹는데, 맛있다고 아우성이다. 진짜 신토불이들이다.
아무튼 매일 먹으면 질리겠지만, 어쩌다 한 번씩 먹는 봄나물은 입맛 돋우는 데는 최고의 음식이라, 나물 몇 가지 더해서 내일 한 끼는 봄나물 비빔밥을 먹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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