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씨 소금

신실하심 2022. 3. 2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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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을 받고 또 받으면 간장의 색이 점차 진해지는데, 형제들이 조금씩 가져가고 나면 엄마의 간장독 바닥에는 딱딱하게 뭉쳐 있는 갈색의 소금 덩어리가 남는다. 

 

새로 간장을 담기 전에 엄마는 이 덩어리를 모두 긁어 보드라운 상태가 될 때까지 절구에 찧어 형제들에게 나눠주시는데, 이 것을 '씨 소금'이라고 한다.

 

씨 소금은 콩의 단백질 풍미가 덧입혀져, 일반 천일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착지근한 감칠맛이 난다.

 

하얀 소금이 물에 녹았다가 메주와 섞이고, 하늘 햇빛에 따가운 시절까지 통과하면서 지나온 시간들이 지루했을 법도 한데, 결국 더 맛나고 쓸모있는 갈색의 씨 소금으로 빚어지는 것을 보며, 우리네 인생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희노애락의 시간들을 거치며 살아가는 게 인생이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신실하심으로 말미암아 당신이 약속하신 대로 인생이 빚어지니, 이는 은혜 중의 은혜다. 

 

엄마가 주신 조그만 병에 담긴 씨소금을 보며, 대단하지는 않아도 씨 소금 같은 삶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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