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자귀~찾았다~

신실하심 2022. 3. 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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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철물점에 '자귀'라는 건 없대요~~

이상하네... 없을 리가 없는데...

 

일주일 후 엄마 집에 갔더니 대뜸 이게 '자귀'여~하신다.

 

나도 생전 처음 본 연장인데, 보기에도 듬직하게 생겼다. 아마 이웃집에서 빌려오신 모양인데, 그새 자귀로 뾰족하게 깎아놓으신 게 7개나 되었다. 곧 심을 완두콩, 토마토와 고춧대를 묶을 버팀대다.

 

한 손에는 나뭇가지를, 다른 한 손으로 자귀를 잡고 가지 끝을 돌려가면서 연필 깎듯이 내리쳐 끝이 뾰족하도록 만들면 끝으로 보기보다 자귀 무게가 장난이 아닌데 91세 노인이 일주일 내내 자귀랑 노신 모양이다.

 

본인이 하고싶은 것, 해야할 것들은 결코 지체하는 법 없이 실행하는 어른이시라, 아마 하루에 한 두 개 정도씩 힘닿는 대로 버팀대를 만드셨을 것이다.

 

눈치 빠른 남편이 몇 개 더 필요하세요? 하니, 미안해서 어쩌나 하시면서도 3개 정도 더 있어야 된다시는 말씀에 텃밭 집사(?)인 남편이 곧바로 자귀를 내리친다. 계단 위에서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신 엄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이처럼 돈 주고 사는 것보다, 투박해도 주변에 있는 것들로 필요를 충족시키는 옛 방식을 고수하시는 엄마의 사는 법을 존중해 그대로 따라드리는 것이 우리 부부의 효도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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