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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왼 무릎 연골판이 깨져서 수술받고 입원한지 4일째.
내 상태는 정형외과 병동 환자 중 가장 경미한 축에 속한다는데도 사지를 다 사용하며 살다가 다리 하나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니 나머지 팔다리가 여간 고생이 아니다.
더군다나 목발짚은 상태에서 작은 물건 하나 옮기는게 어찌나 어려운 일인지 환자복 양쪽 주머니는 칫솔, 1회용 치약, 휴지 몇 장, 모바일폰, 연필, 메모지 등으로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있다.
수술 부위에 물이 다면 안된다하고 몸놀림도 어려워 며칠간 머리를 감지 못하다가 드디어 오늘 머리감기를 시도하였다.
평상 시엔 10분이면 될 머리감기를 30여 분이나 걸려 했으면서도 환자복 상하의가 물 폭탄을 맞았다.
드디어, 마지막 숙제인 머리 말리기 차례.
목발이 익숙하지도 않은데다 수술다리에는 힘을 1/3만 실리게 걸어야하는 어려운 보행이기에 드라이어를 들고 거울 앞으로 간다는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집에선 쓰레기나 담을 별볼일 없는 작은 비닐주머니가 나와 같은 보행장애인(?)에게는 어느 명품 가방보다 가장 실속있는 도구인 것을 깨닫게 된 것.
두툼한 드라이어가 비닐 주머니에 담기는 순간 목발 짚은 상태에서도 얼마든지 무거운 기구를 거뜬히 옮길 수 있음을 경험하면서 세상에 그 어떤 것도 보잘 것 없는 건 없구나.....
보잘 것 없는건 오히려 작은 비닐주머니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던 나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