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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버리는 것을 싫어해 뜯고 풀고 잘라 새로운 것들을 만들며 사시는 엄마를 보며 자란 탓인지, 어느 새 버리는 것을 다시 살려내는 게 나의 취미(?) 아님 사명(?)으로 여긴 지 오래되었다.
그간 모양 없어 뭔가 만들기는 어려워 모아놓기만 했던 자투리 조각 천 들을 이어 붙여, 재봉틀 연습 겸 40cm x 35cm 크기의 가방을 만들기로 했다.
남편의 낡은 바지는 조각천들을 이어주는 바탕천이 되고, 목 부분이 낡은 셔츠는 해체해 안감과 주머니로 사용한 순도 100% 재활용 가방.
90세 노모의 코치로 재봉틀 사용에 대한 기초를 공부하고, ㅇㅌㅂ 영상을 따라 며칠 작업해 드디어 완성했다. 평소 퀼트 같은 손바느질을 주로 한 터라, 재봉틀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시간은 좀 걸렸지만, 특별히 새 것을 구입하지 않고 집에 있는 재료들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 엄마가 90 평생 손공 들여 만들어 주신 많은 것들이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사실, 나이가 들면서 삶을 영위하는데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런저런 것들을 만드는 공작놀이를 쉬지 않는 것은 쓸모없어 보이는 것을 다시 살려내는 재미도 있고, 또 만들어 나눠주는 재미 역시 꽤 크기 때문인데, 재봉으로 만든 첫 녀석이라 그리 잘 만들지는 못했으나, 버려지는 것들을 살려냈으니, 그 의미를 담아 이쁘게 사용해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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