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버리지 못하는 병(病)

신실하심 2022. 2. 2. 22:35
728x90

버리지 못하는 게 병이긴 한데, 버리는 것보단 살리는 쪽에 더 맘이 가다 보니 헝겊이 모일 때마다 이어 붙여 드디어, 2년 만에 거실 카펫(?) 아님 침대 덮개(?) 정도의 물건이 하나 완성되었다. 

 

취미인지 아니면 사명인지, 버려질 것들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보면 기막힌 희열이 느껴져 수없이 바늘에 찔려가면서도 이 일을 놓지 못하니 나도 나 자신을 잘 모르겠다.

 

손재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동생에게 이 사진을 보냈더니,

언니~ 실력이 일취월장이네~ 근데, 이러다가 새 헝겊을 또 다시 사는 것 아냐? 묻는다.

높... 결코 그럴 일은 없다. 있는 헝겊 다 쓸 때까지는...ㅎ

 

근데 나의 이 멘트가 어디서 들어 본 듯해 생각해보니, 바로 나의 노모로부터 인 것을 깨닫는다. 

 

구순의 친정 엄마가 당신이 돌아가시면 다 버려질 거라면서 남아 있는 헝겊이나 털실을 부지런히 소모하시려고 붙이고 만들고, 뜨시는 것을 관찰하다 어느새  엄마의 병에 전염되었나보다.ㅎ   

'일상 속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앗싸~ 청가방!  (0) 2022.02.10
22 모자열전  (0) 2022.02.07
자투리 천 공작 놀이~  (0) 2021.12.29
찐(眞) 손주들~  (0) 2021.11.30
4대가 함께 담근 보리 고추장  (0) 2021.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