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담그는 고추장.
5남매와 엄마까지 6집이 먹을 양식이라 고춧가루, 메주가루, 띄운 보리, 엿기름 등 손이 많이 가는 재료들을 준비하느라 엄마는 한 달 전부터 맘이 분주하셨다.
드디어 D-day.
---------------------------------------------------------------------------------------------------------------------------------
1. 엿기름 물을 큰 냄비에 가득 담아 밑에 눌어붙는 게 없도록 계속 저어가며 끓여 식힌다.
2. 식은 1)의 엿기름물을 큰 그릇에 쏟고, 메주가루, 띄운 보리(방앗간에서 구매), 간 마늘, 고춧가루, 물엿을 넣고 덩어리가 없도록 긴 나무주걱으로 계속 저어 섞는다.
3. 짭짜름한 맛이 날 정도가 되어야 상하지 않으므로 소금 넣어 간이 배도록 저어준다.
4. 덩어리가 없어지면 맛을 다시 보고 적당한 맛이 나면 소독한 항아리에 넣고 맨 위에 소금으로 덮은 후 바람이 통하는 천으로 항아리 입구를 막고 항아리 뚜껑을 닫아 볕 좋은 곳에 놓는다.
[기본 재료] 고춧가루 5근(2kg), 메주가루 1kg, 띠운 보리떡 2.5kg, 끓인 엿기름 물 5리터 정도, 간 마늘 1 kg, 물엿 0.5리터, 소금 적당히
---------------------------------------------------------------------------------------------------------------------------------
재료들을 다 넣고 덩어리 진 것을 푸는데 어찌나 힘이 드는지... 팔뚝 근육이 힘이 빠질 즈음, 남편이 대타로 투입되어 한참을 젓고 또 저어 드디어 고추장이 완성되었다. 거실에서 놀던 세 손녀들이 우르르 주방으로 몰려오더니 맛을 보겠단다.
할머니~ 맛있어요~
그래? 근데 니들이 고추장 맛을 알아? 신기하면서도 기특하다. 세 손녀들이 여러 번 찍어 먹어보며 재미있어한다.
집 고추장보다 마트 고추장이 더 익숙한 시대에 살면서, 굳이 집 고추장을 만들어 먹는 이유는 90세 엄마가 사시는 방식을 존중하는 이유도 있지만, 나 또한 옛 것들을 어느 정도 보존하고 또다시 후대에 물려주고픈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유학 시절, 결혼 전 엄마가 만들어 주셨던 음식 맛을 기억하며 내 가정의 음식을 만들어 먹었던 것처럼, 어린 손녀들이 잠시 맛보았던 고추장의 기억이 어딘 가에 남아 있다면 훗날, 그들이 사는 삶의 식탁에서 할머니의 고추장 맛이 생각나 그리워지는 시간이 잠깐은 있지 않을까?
'일상 속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투리 천 공작 놀이~ (0) | 2021.12.29 |
---|---|
찐(眞) 손주들~ (0) | 2021.11.30 |
지금은 단풍비(丹楓雨) (0) | 2021.11.02 |
갯벌과 우리와 조개, 그리고 가벼움 (0) | 2021.10.17 |
아나바다 슬링 백~ 짱! (0) | 2021.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