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지나고 난 자전거 도로 옆 들판에는 그간 움츠리고 있던 식물들이 기지개를 켜고 하루가 다르게 쑥쑥 올라온다.
특히 이슬을 머금은 색색깔의 나팔꽃 무리들이 사방에 가득하다. 주로 파란색이 많은데, 빨간색과 흰색, 분홍색의 아주 작은 나팔꽃들도 간간이 눈에 띈다. 집 담벼락을 타고 활짝 웃던 어릴 적에 보았던 빨간 나팔꽃과 교차되며 기분이 꽤 묘해진다.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동안, 눈 앞에 펼쳐진 새파란 하늘과 파란 나팔꽃 들판 덕에 덩달아 내 마음도 파란 하늘을 훨훨 나는데, 몸을 감싸주는 부드러운 바람결은 덤으로 받는 선물이다.
갑자기 사방에서 뿌뿌 빠빠 나팔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옴과 동시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지켜온 나팔절의 나팔 소리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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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이르라 일곱째 달 곧 그 달 첫날은 너희에게 쉬는 날이 될지니 이는 나팔을 불어 기념할 날이요 성회라(레 23:23-24)
유대력으로 일곱째 달 첫 날에는 나팔을 부는(레 23:24) 규례가 있는데, 이는 '기쁨을 외친다'라는 뜻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의 가나안 입성을 위한 첫 관문이었던 여리고성을 무너뜨릴 때 불었던 것과 같은 나팔 소리를 듣고 지금 우리가 하나님이 주신 땅에서 살고 있음을 다시 자각하라는 깊은 뜻이 있다. 지금 우리는 세상 소리는 잘 듣는데 하나님 소리는 듣기 어려운 시대를 살기에, 이 절기의 ‘나팔’ 소리를 통해 다시 하나님의 은총을 자각하여 영혼의 나팔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야 할 때(레 23:23-25)이다(레위기 23장 강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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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 때 하나님의 구원을 기뻐하며 제사장이 불었던 그 나팔 소리처럼,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전적으로 내 삶을 맡기며 온전히 하나님만 기뻐하라고, 나를 위해 기꺼이 나팔을 불어주던 그날 들판의 모든 나팔꽃들. 하나님이 내게 보내신 천사인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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