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하나님의 비밀

채송화에게 듣다...

신실하심 2021. 8. 2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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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집 대문 밖, 콘크리트 도로의 벌어진 틈 사이의 흙을 딛고 진분홍 채송화가 해맑게 웃고 있다. 그런데 내 눈에는 어쩐지 애처롭게만 느껴져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 바라보는데 무수한 생각들이 오간다.

 

울 안에는 친구 채송화가 넉넉한 땅 위에서 뾰족한 잎들을 한껏 펼치며 활개를 치고 있는데, 몸집도 크지 않은 녀석이 어쩌다 이곳에 뿌리를 내려 힘겨운 삶을 살고 있을까? 그것도 힘 좋기로 유명한 쇠비름과 몸싸움을 하면서. 

 

그러다 문득, 엊그제 참가했던 수련회의 강의 내용이 떠올랐다. 중년기 또는 노년기에 느끼는 상실감은 허무와 불안 등을 야기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 수고하거나 회피하는 것은 증상을 악화시킬 뿐으로, 사람이 수고해도 식욕조차 채울 수 없는 게(전 6:7) 인생임을 알아야 한다. 오히려, 모든 일에 다 때가 있으니 사람이 먹을 수 있고, 마실 수 있고, 하는 일에 만족을 누릴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이 주신 은총이기에 '지금'의 즐거움을 누리게(전3:1-15) 하는 하나님 발 위에서의 발 무등의 신비를 경험하다 보면 황혼을 향한 질주에도 소망을 품게 된다(잠14:32)는게 강의의 요지였다.

 

채송화가 말을 건넨다.

난 괜찮아요~ 오히려 햇빛을 더 받을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디딜 흙땅은 좁지만 쇠비름 친구와 함께여서 외롭지 않구요~

 

에휴~ 그새 또 중년(? 아님 노년?) 티를 팍팍 냈네...

미안~ 채송화~ 네가 나보다 낫다.

그리고, 고마워~ 지금이 내가 가장 즐거워할 순간임을 다시 깨닫게 해 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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