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물 한 모금...깊은 고마움

신실하심 2021. 7. 26.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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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첫날. 

 

내일부터 코로나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될 예정이라 며칠 바람이라도 쐬러 갈 분위기도 아니고, 이 참에 운동이나 할 요량으로, 이른 아침 갑천 자전거 도로에서 왕복 16km 정도 라이딩을 하고, 바로 우성이산 하이킹에 나섰다. 해발 178m 정도로 낮은 데다 흙길이고 집 근처라 동네 주민들이 애정 하는 산책코스인데, 곧잘 고장 나는 허리 근육을 강화시키는 데에 걷는 것만큼 좋은 운동이 없어서, 남편과 가끔 오르는 산책길이다. 

 

1시간 여 라이딩하느라 사용했던 다리 근육이 걷기에 적응이 빨리 되지 않아 처음 10여 분은 살짝 고전했다. 근데 문제는, 다리 근육보다 늘 준비해오던 물병을 깜박한 것. 그늘이 져서 걷기에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이미 1시간 여 운동으로 몸의 수분이 꽤 빠져 나갔을텐데...

 

하지만, 시작했으니 중도에 그만두는 것은 성격에 맞지 않아 걷고 또 걸어 정상까지 갔다가 목이 무척 마른 채 되돌아 오는데, 산책로 주변에서 배밭을 운영하며 텃밭 채소를 파시는 어느 주인이 준비해 놓은 팻말을 하나 발견했다. 

 

'목마르신 분, 물 필요하신 분 그냥 마시고 가세요... 컵은 박스 안에 있어유~'

박스 안에는 시원한 냉수 몇 병이 들어 있어 그 자리에서 두 컵이나 벌컥벌컥.

온몸에 새 힘이 솟는다.  

 

세상에,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면 이렇게 기쁠까?

그 주인은 당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 하시겠지만, 나 같이 심히 목마른 자에게는 그 물 한 모금이 세상에서 가장 깊은 고마움이었다. 

 

감사합니다~ 

큰 배려,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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