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도로 위 달팽이

신실하심 2021. 7. 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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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 뿌린 비로 새벽 걷기 도로는 풀숲에서 이탈한 지렁이들과 이슬 먹고 자란다는 달팽이로 가득하다.

 

한두 시간 후 햇빛이 쨍쨍해지면 도로 위 물기가 다 걷혀 살 길이 없는데 어쩌면 좋지?

 

그냥 물기 가득한 풀 숲에서 놀지.... 아마, 이들은 그저 물 따라 나왔을 뿐 여기가 곧 물이 마르는 도로라는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

 

내 인생도 때때로 이 달팽이 같을 때가 있었다. 느낌이 좋아서 아님 그저 젊음의 치기로. 그러다 다다른 곳이 예상치 못한 위험한 곳임을 깨닫고 느꼈던 아찔했던 절망감.

 

하나님의 진 밖은 일시적으로 황홀한 신세계였으나 그것은 잠시. 또다시 갈급한 마음에 새로운 신세계를 찾아 나서는 불안함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당신의 진 안으로 이끌어주신 예수님 덕분에, 어제와 오늘이 별반 다를 것이 없고 황홀하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안함이 있는 물기 많은 풀 숲에 사는 달팽이 같은 삶을 누리고 있는 지금. 웬 은혜인지.

 

물기 걷힌 도로에 무수히 말라버린 지렁이들, 그리고 도로 위에서 길을 잃고 힘겨운 걸음을 옮기는 달팽이를 보며 나를 업고 내 짐을 짊어지시며 평생 나의 삶을 이끄시는 주님, 나를 언제나 기억하시는 하나님을 결코 잊지 않고 기억하며 살겠노라는 다짐을 다시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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