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초여름 갑천 풍경...은총

신실하심 2021. 6. 1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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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에 뿌리를 둔 나무들이 물을 넉넉히 마시고, 새파래진 나뭇잎이  풍성히 맺힌 가지들은 땅을 향해 축 늘어져 세상 편한 자세로 서 있다. 차분히 흐르는 내의 여러 곳에 새들이 편히 쉬도록 모양 다른 돌들이 조용히 앉아 있는 갑천의 아침 풍경은 걷는 이의 마음을 평온케 하는 희한한 매력이 있다.

 

여름 철새들이 여기저기 날개짓을 하는 풍경 속에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는 왜가리 한 마리가 서 있다. 혼자여서 외롭겠다할 때, 아냐 어쩌면 호젓함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풀숲 가에는 엄마 오리가 너댓 마리의 아기 오리를 데리고 한가로이 헤엄을 치는데 어찌나 귀엽던지 사진 찍을 타임도 놓치고 말았다.

 

올해는 유난히 5, 6월에 비가 많이 와 걷기 도로 옆 들풀이 무척 빨리 자라 보행자 도로까지 침범하는 녀석들이 있는데, 보행자 보호를 위해 가차없이 잘려나가 도로변 옆 예쁜 꽃들이 기계에 갈려 길가에 누워 생명을 다해가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오늘 아침에도 그런 곳이 있었는데, 마침 노란 기생초와 파란 수레 국화가 점차 눈을 감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생명력이 강해 깨끗한 물만 충분히 주면 다시 소생할 수 있을 것 같아, 비교적 굵은 줄기에 붙어 있는 꽃들을 발라내어 집으로 가져와 얼른 물병에 담가 놓았더니, 1시간 여가 지나자 원래의 생생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어라.. 갑자기 집 안이 노랑, 파랑 색으로 환해진다. 아... 예쁘다.

 

땅에 뿌리를 두고 있어도 계절이 바뀌기 전에 자신의 수()를 다하고 갈 꽃들이지만, 그래도 아직 숨이 붙어있는 것들은 좀더 살게 하고 싶었는데 역시 데려오길 잘했다 싶다.

 

다시 살아나 예쁨을 발산하고 있는 노란 기생초와 파란 수레 국화를 보고 있자니, 생뚱맞게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60대 중반인데 이러다가 7, 80도 금방 되겠다 여겨지니 갑자기 지금 잘 살고 있는건가? 묻게 된다.

 

그러다가, 다시 맘을 붙잡는다. 돕는 자로 인해 다시 소생하게 된 이 꽃들처럼, 나에게도 나를 태 중에서부터 아시고 창조하신 주님이 나를 당신의 등에 업고, 나의 짐을 친히 짊어지시며 당신의 길로 인도해 오셨는데 뭘 그리 두려워하나. 그저 묵묵히 주님의 마음을 찾고, 구름 위의 햇빛으로 계시는 하나님을 기억하며, 허락하신 지금의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나와 관계된 사람들을 귀히 여기며, 지금 내게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해, 지금의 삶을 사랑하며 누리는 그 은혜 아래 산다면 내일이 어떠하든 지금의 나는 하나님 나라 안에서 사는 인생인 것을. 오늘을 잘 살아야 또 다시 오늘이 될 내일의 삶도 잘 살아질테니.

 

이렇게, 하루의 첫 시간을 말씀과 함께,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의 풍경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며 또 다시 하루의 삶을 살아내기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지금이 바로 은총의 시간임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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