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코로나 19. 자가격리 체험기

신실하심 2021. 4. 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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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판데믹 여파로 웬만하면 집콕이 일상이 된 요즘, 미국 아들네에 코로나 베이비가 태어나 코로나를 뚫고 미국에 갔다가 한 달 만에 귀국했다.

 

코로나 이전과 달리 지금은 감염 확산을 막아야해서 공항에서의 출입국 과정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 해외 출국 전 72시간 내 pcr 검사로 코로나 음성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출국이 가능하고, 입국 시에도 비행기 출발 시간 72시간 내 미국에서 검사한 코로나 음성 증명서가 필요하다.

 

또한 한국 입국은 미국 입국 때보다 좀더 까다로워 2주간 자가격리를 위한 주소지, 운반 차량 및 자가진단 앱 받기 등 5단계 정도의 절차를 거쳐서야 짐을 찾아 공항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방호복을 입은 전문요원들이 공항 여기저기서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코로나 팬데믹 상황인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공항 주변엔 코로나로 인해 공항버스가 없어서 예전보다 한산한 느낌. 승용차로 집까지 오는 2시간 동안 꼬마들이 조용히 잠을 자 주어 힘들이지 않고 왔는데. 앞으로 2주간은 입국자 자가격리 의무가 있어 자택 연금 상태로 지내야 할 판. 도착 다음 날 지정해준 시간에 나와 아들네 4 식구 모두 선별 진료소에서 pcr 검사를 하고 왔다. 마침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발생해 검사받으러 온 젊은이들이 많이 있었는데, 철저한 방역을 한다는 비행기지만 십몇 시간을 머물다 온 터라 혹시나 양성이 나오면 어쩌나 잠시 염려했으나, 한 밤중 문자로 '음성' 진단을 받고 모두 안심.

 

이제부터 14일간 완벽한 자가격리를 하여야 하는데, 벌써부터 심리적으로 위축된 느낌이 든다. 게다가, 여독과 시차 적응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2살과 두달 짜리 아기들을 돌봐야 하고 삼시 세 끼를 집안에서만 해결해야 하는 일이 보통 어려운 게 아닐 터. 선별 진료소에서 받아온 체온계로 하루 2번씩 자가진단을 해 보건소로 보내고, 집안에서 나오는 모든 쓰레기는 지정해 준 비닐에 넣고 소독제를 뿌리고 모았다가 격리가 끝나는 날 종량제 봉투에 넣은 후 안과 밖에 다시 소독제를 뿌리고 배출해야 한다. 아기 둘의 기저귀가 하루에도 십 여 개씩 나오는 터라 모아두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지만 지침이 그렇다니 따를 수밖에.

 

여독이 풀리지 않은 탓인지 격리 시작하고 어른들이 한 명씩 돌아가며 아팠다. 다행히 열나는 상황은 아니고, 급체 및 급성 종기 및 콧물 치레 등. 급성 종기는 보건소로부터 외출증을 받고, 승용차로 받아주는 병원에 환자없는 마지막 시간에 가서 째고, 항생제 주사 맞고.ㅠ 간간이 외부 음식을 배달시켜 보내는 큰아들 덕에 냉장고 음식으로 식상한 입맛을 조금씩 다스릴 수 있었다. 격리 1주간은 그렇게 긴 여행에서의 여독을 조금씩 푸는 시간이었다.

 

문제는 자가격리 2주차 시작되는 때. 시차 적응이 어느 정도 된 시점에다 밖에서 들려오는 사람들 소리에 2살 배기 손녀가 밖에 나가고 싶어 몸부림을 친다. 할 수 없이, 베란다 창문을 열고 간간이 바람 냄새 맡는 것으로 괴로움을 달래 보지만 참으로 이해시킬 수 없는 어려움. 창문 밖으로 영산홍, 황매화, 라일락 등이 현란하게 피고 수 미터로 자란 목련나무와 겹벚꽃나무의 연두색 이파리가 바람에 흔들릴 때면 밖으로 나가고픈 충동이 나에게도 훅 일어난다. 아휴 빨리 지나가라~~~

 

드디어, 자가 격리 해제 전날, 마지막 pcr검사하러 선별 진료소로 향하며 제발 음성이 나와라~~ 내일 낮 12시 땡~ 치면 바로 나간다~~~ 다짐하였다. 그날 밤, 음성이라는 검사 결과 문자를 받으니 격리 해제가 실감이 난다. 

 

격리 해제되는 날 낮 정오. 밖으로 뛰쳐 나온 식구들이 봄냄새를 맘껏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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