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본대로 배우는 집콕. 헝겊 놀이~

신실하심 2021. 1. 1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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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방역 수칙 중 하나인 5인 이상 집합 금지를 지키느라 바깥 활동을 최소화한 지 벌써 한 달째. 게다가 바깥 기온이 영하 19도까지 내려가 집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는데, 원래도 직장과 교회 외에 다른 활동이 많지 않았던 터라, 길어진 집 안 생활이 그리 답답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 시간을 좀 더 의미 있게 보낼 방법을 찾다 재봉틀에 입문해 보기로 했다.

 

집에 있는 재봉틀은 1964년 경에 제작된 singer model 600E로 미국 유학 시절 지인이 한국으로 귀국하면서 내게 건내준 물건인데, 1992년 우리가 귀국하면서 가져와 여태 콘솔로만 사용했었다. 발틀이라 재봉 속도 조절이 어려워 몇 번 연습 후 모아 놓았던 입지 않는 청바지를 뜯어, 쉬운 것부터 하나씩 만들기 시작했다.    

 

마침 수영장에 갖고 다니는 화장품 파우치가 너무 낡아 교체하려던 차여서, 원래 파우치에서 손잡이와 지퍼를 발라내 재활용하기로 하고 청바지로 패턴을 만들어 아래통과 윗뚜껑을 만든 후 지퍼를 달고 손잡이를 붙이고 모서리를 바이어스 헝겊으로 감싸 바느질하니  맘에 드는 화장품 파우치가 완성됐다.

 

그다음은 검은색 진 바지 천으로 만든 마스크. 안감은 남편의 낡은 면 셔츠로 하고. 버리는 마스크에서 떼어낸 고무줄로 귀걸이를 만들어 써 보니 이 또한 쓸만한 물건으로 재탄생했다.

 

또 뭘 만들까? 하다가 면 천 세 개를 재봉질해 3단으로 연결한 후 청 천에 붙이고 패턴에 맞게 오려 솜을 넣고 퀼트 손바느질로 어깨 가방을 만들었다. 가방 안쪽에 청바지 허리의 똑딱단추를 재활용해 붙였더니 진짜 에코 가방이 되었다.

   

이번엔 노트북 커버에 도전. 청바지에서 허리부터 엉덩이까지 잘라내고 노트북 사이즈로 바르게 가위질 해 사방을 재봉질한 후 입구에 긴 지퍼를 달아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했다. 청바지 앞주머니에는 전기코드 등을 수납할 수 있고 뒷주머니는 연필꽂이 등으로 사용할 수 있어 꽤 유용한 노트북 커버가 완성됐다.

 

근처 사는 손녀가 연필통이 더러워졌다고 해 연필케이스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웹 검색을 통해 적절한 패턴을 구해 연필 케이스 4개를 만들었는데 처음 해보는 거라 여기저기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그런대로 첫 작품이니 봐주기로 했다. ㅎ

 

본 대로 배운다고 구순이 되신 엄마가 아직도 재봉질을 하시는데, 진작부터 재봉틀을 사용해 온 동생들에 이어 어쩌다 보니 환갑이 훨씬 넘은 나이에 나까지 재봉틀에 도전하게 되었으니 구십 평생 삶으로 자식들에게 본을 보이신 노모의 인생 발자국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나 자신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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