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추억 소환 여고 동창회

신실하심 2020. 12. 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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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 졸업한 지 올해로 만 45년.

 

평생 처음 겪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12월 초에 늘 개최하던 75년 졸업 총 동창모임을 비대면으로 진행해야 되는 동창회장단의 고민은 엄청 무거웠을 것이다.

 

한번 반장은 영원한 반장인지라, 두어 달 전부터 각 반의 반장들은  동창회장단의 요청 사항을 자기 반의 친구들에게 부지런히 퍼 날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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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지합니다. >

2020년 75기 동창 송년회를
줌(Zoom) 영상으로 엽니다. 많은 참석 부탁드립니다.

날짜 : 12월7일(월)
시간 : 저녁 8시 정각부터
회비: 없음

 

참여방법
1. 각 반 대표를 통해 줌 주소를 보냅니다. 그 주소를 누르면 자동으로 줌에 연결됩니다.
2. 노트북이나 휴대폰을 이용하여 입장하면 됩니다.

방법은 쉽고 간단합니다. 문의하실 분은 전화 주세요. 각반끼리 줌으로 만나보기 연습하면 재밌게 진행하게 됩니다.

♡고교시절 운동회 마스게임, 체육회 합창제 수학여행 등 다양한 내용을 담은 사진을 찾습니다. 사진첩을 찾아서 보내주세요. 좋은 사진 세 분에게는 상을 드립니다. 사진 보낼 때 사진 내용의 설명과 함께 사진 파일을 보내 주세요
( ~반이 ~하는 사진입니다 )  사진을 14일까지만 받겠습니다. 성의 있는 참여 부탁드립니다. 재밌는 진행을 준비하겠습니다. 참여할 때 드레스 코드는 오렌지색입니다. 코르사주. 스카프. 옷. 아무거나 오렌지색을 넣으면 됩니다.

 

참석자 전원에게 선물을 주소지로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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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2월 7일 저녁 7시 반. 나 역시, 며칠 전, 젊은 간사님께 부탁해 zoom을 새로 깔고 시험 운영을 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기에, 일찌감치 저녁 식사를 하고 식구들에게 지금부터 2시간 동안은 날 건드리지 말라는 엄포(?)를 놓은 후 내 방에 들어와 알려준 주소대로 zoom으로 들어갔다. 비밀번호 넣으니, 벌써 몇십 명의 동창들이 접속해 여기저기서 왁자지껄 오랜만에 연락된 친구들 사이에 수다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비대면 모임이라, 지방에 살거나 미국, 중국 등 해외에 있는 동창들도 참여하게 되어 덕분에 글로벌 동창회가 된 듯하다.

 

예배로 시작 해 올해 천국 간 세 명의 친구들을 위해 묵도하고, 45년 전 추억의 사진들과 2020년 현재의 사진들을 영상으로 보면서 60대 할머니들의 소녀 시절을 소환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최자 측이 웃자고 낸 퀴즈의 답을 머리 굴려 올려 보내는 할머니 소녀들의 열심과 요즘 대세인 트로트 노래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아모르파티'에 맞춰 모바일폰 화면 앞에서 흥을 보태는 동창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무척 즐거웠다.

 

중간에 화면이 끊기기도 하고, 100명으로 제한되어 미처 들어오지 못한 친구들의 아우성도 있었지만, 60대 할머니들이 사상 최초로 젊은이의 대화법으로 비대면 동창회를 치러낸 건 어쨌거나 무척 장한 일이라 생각된다. 회장단 동창들의 노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두어 시간을 작은 모바일 화면에 시선을 집중했더니, 골치도 아프고 눈도 빠질 듯 피곤한데다 배까지 고팠다. 그래도 가슴 한 켠에 늘 담겨 있던 여고 시절을 소환해 복기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화면으로 만나는 비대면 동창회는 진작 끝이 났지만, 동창회장단의 수고는 아직도 진행 중이고, 덕분에 오랫만에 연락이 된 친구들 사이의 즐거운 수다 역시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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