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새벽, 물안개를 만나다

신실하심 2020. 10. 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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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 골절 수술을 받고 퇴원한 다음 날 새벽, 자전거로 다니던 갑천 변을 남편과 함께 걸었다. 굉장했던 여름 폭염과 폭우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목이 시려워 두툼한 목도리까지 두르고 오랫만에 상큼한 새벽 공기를 마시는 기분이 무척 상쾌하다.

 

동이 터오는 갑천 물 위로 아련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어디서 날아왔는지 청둥 오리 몇 마리가 여기저기서 물놀이를 하고 있다.

 

그 많던 금계국과 기생초 자리에 억새숲이 우거져 아름다운 여인의 머리카락 처럼 바람에 흩날린다.

 

억새밭 사이에서 분홍색 나비바늘꽃 한 무리를 찾았다. 분홍나비가 날갯하듯 펼쳐진 잎 모양이 여간 예쁜게 아니다. 꽃 중앙의 수술 6-7개가 앞으로 뻗어 귀여운 바늘같다. 그래서 나비바늘꽃이라 했나?

 

혼자서는 바로 설 수 없었는지, 파란 야생 나팔꽃이 억새 줄기를 타고 하늘을 향한다. 억새는 목이 아플까? 아님 따뜻할까? 생뚱맞은 생각을 하면서 옆을 돌아보다 분홍색과 흰색의 여뀌와 눈이 마주쳤다. 밤색과 회색으로 변화되고 있는 계절에 작지만 고운 색깔옷을 입은 식물들을 만나면 갑자기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하나님이 빚으신 오밀조밀한 자연을 새벽 공기와 함께 흠뻑 담는

   다.

 

   예쁘다...

   아름답다...

   상큼하다...

   시원하다...

   놀랍다...

   감사하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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