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가을, 억새, 바람 그리고 행복

신실하심 2020. 9. 2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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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자전거도로 옆의 억새들이 잔잔한 바람에 살랑인다. 높은 하늘엔 태양이 떠오르고 잠들기 싫은 듯 먼 하늘에 둥근 달이 흔적을 남기고 있다. 아 가을... 폭염도 폭우도 어디론가 떠나가고 지금 여기엔 가을 바람만 남았다.

이른 아침, 자전거 도로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싱그러운 바람이 코 끝을 간지른다. 늘 비슷한 구간을 달리지만 항상 새 날인 것 같은 이유는 하늘 그림과 주변 풍경이 매일 바뀌기 때문.

 

오늘 아침은 유난히 하늘이 맑았다. 바람은 싱그럽고, 공기 내음은 상큼하고. 살살 부는 바람에도 억새밭의 아기손들이 어찌나 즐거워하는지. 얕은 구름 사이로는 태양이 수줍게 떠오르고 아직 집으로 가지 않은 달이 먼 녘에서 걸음을 멈추고 아름다운 새벽 풍경을 누리고 있다.

 

억새밭 옆에는 미국 자리공이 주렁주렁 열매를 맺고 있고, 도깨비 가지와 파랑, 하양, 빨강 색의 크고 작은 야생 나팔꽃이 온 사방에 가득하다. 먼 빛으로 보이는 벚나무의 잎은 노랗게 물이 들어가고, 강아지풀과 금계국이 바람 리듬에 맞춰 살랑거리는 이른 아침. 아 가을이 왔다. 

 

아무 값도 치르지 않고 그저 누릴 수 있는 이 가을 풍경에 기쁨이 한 가득 스며온다.

행복하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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