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모임이나 외출 등을 자제하라는 정부의 안전 안내 문자에 많은 이들이 심리적인 압박 또는 위축을 경험하며 답답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나 역시 다르지 않아,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매주 4-5회 근처 자전거 도로 라이딩을 하고 있다. 철인 3종 경기(?)를 나갈 것도 아니면서 8월 그 뜨거웠던 폭염에도 새벽 수영 1시간 하고 바로 자전거 1시간 반 정도 (약 15km 내외) 타고 오면 온 몸에 땀이 범벅이 된다.
어떤 이는 육순이 넘은 나이니 운동도 적당히 해야지 뼈 다친다고 조언도 하지만, 어디서건 마스크를 쓰고 활동해야 하는 현실을 잠시나마 벗어나 숨을 크게 쉬고 녹음(綠陰)을 만끽하며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자전거 라이딩을 당분간 포기할 마음이 없다.
사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지 겨우 반년. 여전히 서투른 부분이 있어 자전거 라이딩을 하는 동안 잠시도 긴장을 늦추진 못한다. 특히, 왕복 차선폭이 자동차 도로 폭의 1/3 정도밖에 되지 않아, 사람 없는 곳에서는 별 문제가 없지만 반대쪽에서 한꺼번에 몇 대의 자전거가 다가올 때, 내 앞 가까이 걷는 사람들이 있을 때 그리고 자전거 도로의 왕복 구분선이 세워진 곳, 나무다리가 서 있는 곳 등을 만나면 아직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
이런 모든 것이 나에게는 '장애물'인데, 감사하게도 반 년 정도 자전거를 타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나만의 노하우가 생겼다. 바로 내 시선을 장애물이 아닌 그 너머에 있는 자전거 도로 왕복 구획 선을 따라 두는 것. 장애물을 쳐다볼 때는 바로 자전거 방향이 장애물로 향해 급정거를 하거나 장애물을 피하다 넘어지기 일쑤였는데, 장애물 너머 내가 가야 할 곳을 멀리 쳐다보니 결코 장애물에 걸리지 않고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 얼마나 희열을 느꼈는지 모른다. 시선을 옮기고부터 전에 늘 불안해하던 장애물들이 더 이상 장애물로 남지 않았다. 물론 자전거 라이딩이 더욱 편안해지기도 했고.
인생이란 크고 작은 장애물을 넘으며 사는 것일텐데, 내게 닥친 장애물에 시선이 고정되면 영락없이 고생 고생할 수밖에 없어 고달픈 인생이라 자조하며 슬픔을 안고 살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매번 닥치는 인생의 장애물 대신 그 너머에 여전히 나와 동행하시는 하나님 (마치 비구름 몰려오는 그 높은 곳 더 위에 파란 하늘이 여전히 있음과 같이)께 시선을 돌리고 늘 지켜주시는 하나님으로 기뻐할 수 있다면 그 장애물은 오히려 하나님과 더 깊이 친밀해지는 유용한 도구가 될 듯싶다.
내일에 닥칠 어떤 것으로 미리 염려하지 말고 그저 오늘 닥친 여러 상황 속에서 그 상황 너머에 계신 하나님께 시선을 돌리는 한 순간의 결정으로 지금이 평안하고 지금을 기뻐할 수 있으니, 이것이 자전거가 내게 준 또 하나의 고마운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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