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바람을 거슬러 달리다

신실하심 2020. 9. 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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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비가 내렸는데, 갑자기 하늘에 햇살이 반짝인다. 바람도 적당히 불고 기온도 25 ºC 정도여서 자전거도로로 나갔다. 취약한 허리와 다리의 근육을 강화하기 위함도 있지만, 확 트인 야외에서 푸름을 잠시 만끽할 수 있어 요즘 들어 더욱 애착을 느끼는 자전거 라이딩이다.

 

기대한 대로 솔솔 부는 시원한 바람에 기분이 매우 상쾌해진다. 집에서 나와 갑천 자전거도로로 진입해 관평천을 향해 달리면 용신교까지 4km 정도. 수북이 웃자란 잡초 사이로 폭우에도 살아남은 금계국과 기생초가 강아지 풀과 함께 흔들흔들 인사하는 아침의 자전거 길 옆에 파란 나팔꽃이 방긋방긋. 게다가 근처 베어진 잡초밭에서 발향되는 상큼한 풀냄새까지 코 끝에 내려앉을 때 느끼는 이 행복감이란 ~~~

 

잠시 행복함에 취해 있는데 갑자기 강한 바람이 나를 향해 돌진한다.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아도 도무지 앞으로의 전진이 너무 어렵다. 그만 집으로 갈까? 그러기엔 오늘 운동이 너무 적은데. 아휴 힘들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집으로 가는 출구를 지나쳐 버렸다. 그래 바람을 거슬러 가 보자. 용신교에서 원천교를 거쳐 둔산대교까지 약 8km. 맑은 날이라면 거뜬히 갈 수 있는 거리를 정말 어렵게 자전거를 탔다. 어려웠지만 목표했던 곳까지 오고 나니 꽤 뿌듯했다. 보이지도 않는 바람을 거슬러 달리는 것이 이리 힘들 줄이야. 하긴, 삶의 순간순간 쉬웠던 적이 어디 있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쓰며 달렸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애잔한 생각이 든다.  

 

둔산대교에서 방향을 틀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런데 좀전까지 나의 라이딩을 억제시키던 바람이 내 등 뒤로 불면서 갑자기 훨씬 쉽게 페달을 밟을 수 있는 게 아닌가? 20리 정도 자전거 길을 쌩쌩 달리며 집까지 도착했다.

 

불어오는 바람이 달리는 방향에 따라 장애가 될 수도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바람부는 것에 너무 맘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달리는 인생에 불어오는 바람을 지나가는 이웃에게 처럼 웃으며 보내주자는 넉넉한 아량이 슬며시 스며오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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