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으로 ~

손녀들과의 산책

신실하심 2020. 6. 19.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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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덕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손녀들이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와 자고 가곤 한다. 어제도 1, 2번 손녀가 우리와 함께 잤다. 이제는 많이 커서 먹을 것과 요구하는 필요한 것만 주면 둘이서 재밌게 놀아 별반 손 갈 일이 없다. 순식간에 늘어놓는 재주(?)가 있어 집으로 돌아간 후 치우는 일 빼고.ㅎ

 

새벽 수영을 다녀왔는데도 세상 모르게 자고 있다. 이쁜 녀석들. 잠시 컴을 하고 있는 사이 두 아이들이 눈 비비고 우리를 찾는다. 남편은 손주들에겐 최고의 할아버지로, 손주들에겐 완전 인기남이다. 손주들 똥도 손으로 받는 정도이니.

 

아이들과 더 뜨겁기 전 나무터널 있는 곳으로 산책을 가기로 했다. 1번 손녀는 나와, 2번 손녀는 남편과 손잡고 관평천 길로 해서 대청호 가는 방향으로 약 1시간을 걸었다.

 

늘 자전거로 다니던 길을 걸어서 가자니 너무 더딘 것 같았으나, 손녀들에게 들풀 이름을 가르쳐 주고, 하천에 자생하는 물고기들을 보면서, 징검다리도 건너고 길 옆의 텃밭에서 자라는 각종 채소들의 이름을 알려 주다 보니 1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1번 손녀가  길 옆에 핀 분홍색 잔잔한 꽃들의 이름을 묻는다. 얼른 사진을 찍어 핸폰에 깔아 둔 어플에 사진을 올려 꽃이름을 물었더니 금방 답글이 올라왔다. '큰낭아초'

예쁘기도 해라. 꽃도 예쁘지만 이름은 더 예쁘다.  그리고 사방을 둘러 보니 천지가 다 큰낭아초로 둘러있다. 5월의 아카시아와 찔레꽃, 금계국이 물러간 자리에 이 잔잔한 분홍꽃이 오가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자전거로 달릴 때는 보지 못하던 꽃인데 천천히 음미하며 걷다 보니 사방에 널린 이 녀석을 보게 된 것.

 

사람이 보지 못했다고 없는 것이 아니란다~ 속삭이는 녀석들의 말없는 소리에 새삼 허둥대며 보낸 시간이 부끄럽다. 계절이 바뀌는대로 순리에 따라 자기 자리를 일사분란하게 지키는 저 들풀들의 순종과 협력을 생각하며 나는 어떠했나 반성하는 맘이 들었다.

 

그 순간, 할머니~ 더워요~ 큰 손녀의 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작은 손녀는 어느 새 할아버지 등에 엎혀 간다. 큰 손녀에게 모자를 씌우고 아카시아 잔 가지를 쥐고 가위바위보하며 이파리 하나씩 뜯는 놀이를 하며 걸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요즘 아이들인 손녀들에게 산책하며 햇빛도 쬐게 하고, 함께 손잡고 들풀도 배우는 이 시간이 아마도 아이들의 맘 속 어딘가에 추억으로 자리잡아 훗날 자신들을 사랑한 할아버지, 할머니를 기억할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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