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부모'가 되는 것이라 말한다. 20대 팔팔한 나이에 대학원 과정 중에 결혼해 첫애를 낳고,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남편과 함께 미국 유학 길에 올랐고, 공부하면서 둘째, 셋째를 또 낳으면서 남편의 국비로만 생활해야 되는 넉넉지 못한 시절이라, 한국에 계신 병환 중의 시모님께 용돈이라도 부쳐야 해서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가정 식당을 운영하면서도 세 아이들의 엄마로 최선을 다해 양육하고 있으니 내 아이들은 별 문제없이 순적하게 잘 자랄거라는 막연한 확신을 가졌었던 것 같다.
그러나, 왠 걸. 서울토박이인 우리의 생활환경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남쪽 울산에서 또 대전으로 바뀌는 동안, 나와 세 아이들 모두 새로운 곳의 낯 섬으로 서로서로 보이지 않게 흔들리는 시간들을 보냈던 것 같다. 도대체 어떤 엄마가 좋은 엄마지? 여러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어찌할 바를 몰라 눈물, 콧물 흘려가며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세 아이들을 힘껏 키운다고 했지만, 나 역시 매일이 새 날인지라 40이 지나고 50, 60이 되어도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시간들을 늘 살아내야 하는 새내기 엄마일 뿐이었다. 내가 엄마인 것이 행복하기도 했지만, 또한 자녀들과 함께 크고 작은 성장통을 겪는 시간들은 고통스럽기도 했다.
엊그제 주일에 담임목사님께서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하셨다. 십계명의 이웃 사랑에 대한 명령 중 첫번째로 등장하는 것이 제5계명인 부모 공경으로 축복이 약속되어 있는 유일한 계명인데, 이는 부모의 존경받을 만한 요소에 응답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 자체를 존중하라는 명령으로 불완전한 부모지만 그가 은총의 통로임을 알게 될 때 부모를 공경함으로 불완전함 속에서 완전함을 이루는 하나님을 볼 수 있게 된다는 요지의 말씀이었다. 얼마나 심령의 위로를 받았는지 모른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났다. 배우 신성일을 닮은 조각같은 모습을 가지셨던 아버지는 생전의 삶이 그리 행복하지 못하셨다. 손대는 일마다 실패해 가정의 경제는 엄마가 온통 대면하며 살아야 하는 상황에 조부모와 5남매까지 양육해야 했던 어려운 시절, 내 기억 속의 아버지는 늘 약주에 취해 계신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덕분에 아버지와의 대화는 어쩌다 한 번씩이어서 친밀한 관계였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 나이가 그 당시 아버지 연세가 돼서야 비로소 그 어르신의 맘을 헤아리게 되었고,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도 아버지를 생각하면 짠한 마음부터 든다. 조금만 더 사시지.ㅠ
오랜 기간 드신 약주 덕에 간암이 발병된 후 5년 더 사시다 70세에 돌아가셨는데 약주 없이는 속마음을 터놓으실 수 없었던 아버지의 고통을 진작 알아드리지 못한게 죄스러울 뿐이다. 그나마 감사한 것은 엄마가 살아계셔서 엄마의 그 시절 나이가 된 내가 엄마의 어려웠던 맘을 알게 되면서, 엄마~ 정말 애쓰셨다, 감사하다 고백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거다.
그 사이 나의 세 아이들은 각자 자신의 짝을 찾아 가정을 이루고, 자녀들도 생겨 자신들의 가정 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 또한 내가 가는 그 길, 매일이 첫 날인 삶을 살아가므로 이제는 자녀의 위치에서 벗어나 부모의 자리가 점차 확대되면서 내가 겪었던 '부모'라는 자리의 어려움을 경험하며 살아갈 테다. 그러다 보면 자녀 입장에서 바라보던 부모의 불완전함에 대한 섭섭함을 벗고 자신도 언젠가는 여러 자녀의 부모로서 와지는 불완전함이 깨달아질 테고, 그들 역시 내가 그리 했던 것처럼 부모에 대한 연민, 죄송함, 이해, 사랑 등으로 확장되는 부모 성장통의 시간을 겪어갈 것이다. 이것이 세상의 모든 자녀가 성장한 후, 또 다시 새로운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일 테니까.
그럼에도 불완전한 실존인 내가 부모가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이고, 나의 불완전함에도 여전히 하나님은 당신의 완전하심으로 은총의 질서에 따라 부모자녀 관계를 만들고 모두를 그 사랑 안에서 양육해 가신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어버이날이 왔다. 지금도 여전히 어떻게 온전한 부모가 될까를 고민하며 스스로에게 되묻고 있지만, 하나님의 온전하심에 기대어 하나님이 주신 새 날인 오늘을 어렵지만, 힘껏 부모의 길을 걸으려 한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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