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감염이 심각해 서울, 분당, 기흥, 대전에 사는 형제들과 몇 달을 만나지 못했는데, 남동생의 주선으로 엄마와 오 남매가 함께 강원도 산골로 잠시 나들이를 다녀왔다.
동생들도 모두 50이 넘어 중늙은이가 되어 가고 있지만, 여전히 시모님을 모시거나 처가 어른을 돌봐드려야 하고, 손주들을 봐줘야 하기에 명절 때 아니면 이처럼 동시에 모여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언제 또 모일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기에, 이번엔 오남매 모두 만사 제쳐놓고 콜~
숙소는 영월로 잡고 서울과 대전에서 오전 9시에 각각 출발하여 태백의 한우 맛집에서 점심을 먹고, 삼척해변을 잠시 거닐다가 삼척항 활어센터로 가서 가자미, 광어, 오징어, 멍게, 해삼을 사서 회를 쳐 다시 영월 숙소로 오니 저녁 7시 반. 워낙 손재주, 음식 재주가 많은 동생들이라, 1번 2번은 늙었다고 앉혀 놓고 3, 4, 5번이 회, 고냉지 배추 겉절이, 서덜이 찌개, 가져온 밑반찬 몇 가지로 뚝딱 한 상을 차려냈다.
돌아가신 아버지 이야기, 어릴 적 에피소드 등 그간 못 푼 수다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풀어내다, 막내가 갑자기 헝겊 상자를 테이블로 가져왔다. 워낙 수를 잘 놓는 동생이라 그간, 조카들 결혼할 때마다 사주보, 보자기 등에 다는 고추 자수 등을 만들어 주느라 고생이 많았는데, 게다가 언니들이 골무까지 만들어달라 하니, 안 되겠는지 아예 재료를 가져와 가르쳐 주겠단다. 그때부터 얘기하면서, 골무 클래스가 시작되었다. 나도 한 자리 차지하고 동생이 알려주는 대로 삼베 헝겊을 접어 4겹으로 만들고 흰색 무명실을 비틀어 꼬아 돌려가며 색실로 고정시키면서 직경 1.5센티 정도의 원을 만든 후, 색 헝겊으로 모양을 만들어 박음질하고, 이를 흰 헝겊으로 바이어스 처리해 돌리고, 다시 속을 꿰매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밤엔 눈이 아파 바느질을 못하는 2번 동생은 이쁘다, 색깔 바꿔라 훈수를 두다가 갑자기 3번 동생이 만든 모자를 자기도 하나 만들어달란다. 3번 동생 왈, 그거 만드는 거 생각보다 어려워~ 하다가, 알았어 본 가지고 올 테니 언니가 만들어한다. 도대체, 내 동생들은 못하는 게 뭐지?
이번에 배운 골무는 경상도 골무라고 하는데, 삼베나 모시처럼 뻣뻣한 천에 돌잡이 때 사용하는 무명실과, 짜투리 조각 천과 색실만 있으면 심심찮게 만들 수 있는 건데, 옛날 어른들은 골무를 한 100개 정도 만들면 자식들에게 복이 온다고 했다나? 나의 엄마도 시집오기 전에 골무를 수십 개 만들어 가져오셨다고 하니 90 평생 엄마의 손이 쉬지 않고 움직여온 것은 자식들이 복 받기를 기도하신 것인가?
아무튼 동생들과 입으로는 어릴 적 추억을 끄집어 내면서, 손으로는 엄마가 이제껏 하셨던 것처럼 또다시 뭔가를 만들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엄마의 딸들인가 보다. 암튼 솜씨 없는 나도 막내 선생님(?)의 지도 아래 그녀가 만든 것과 비슷하게 해 내는 걸 스스로 보는 재미가 꽤 좋았다.
우리 형제들은 만나면 이렇게 논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