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으로 ~

그 엄마에 그 딸...위대한 유전자

신실하심 2020. 5. 12.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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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 속 엄마의 모습 중 가장 많이 남아있는 형상 중 하나는 고개 숙인 채 손으로 뭔가를 하시는 모습이다. 그 시절 여느 어머니들이 다 그랬겠지만, 엄마의 손은 한시도 쉬는 틈이 없었다. 떨어진 양말 뒤꿈치를 기우거나, 뜨개질해 따뜻한 스웨터를 만들고, 하다못해 용돈벌이 하시겠다고 은행과 생밤 껍질을 몇 말씩 까기도 하셨고, 때로는 붓을 쥐고 글씨를 쓰시거나 아니면 한복점에서 얻어 온 양단 위에 틈틈이 수를 놓아 자식들 혼수로, 아니면 새해 선물로 주시곤 하셨다.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의 시간만 하루가 48시간이 아닐텐데 녹록하지 않은 살림에 어떻게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오남매를 키우면서 그 많은 일을 해내셨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5남매를 다 출가시키시고부터는 물리적인 시간들이 더 많아져서인지, 어려서부터 해오시던 수를 돋보기 써 가며 열심히 놓으셨던 것 같다.

 

그 덕인지 엄마의 딸 넷이 모두 손으로 하는 일들을 제법 해내는 편인데, 그 중 엄마의 손재주를 가장 많이 물려받은 동생이 막내이다. 초등생 때부터도 달력 그림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자기 맘대로 그림을 수정하기도 하고, 조금 커서는 미대 공부시켜달라고 집포도주 마시고 농성을 마다했던 막내 동생. 결국 미대 진학해 섬유예술을 전공하더니, 결혼 후에도 남편 자식 뒷바라지하면서도 복식 및 자수 등 무형문화재 장인 등에게 사사받고, 공예 대전에도 간간이 출품해 입상도 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몇 년 전부터 발굴한 조선 시대 복식 유물 등을 재현하는 작업을 경기도 박물관과 하게 되었나 보다. 3년 전인가 동생이 재현한 사대부 복식 위에 다는 흉배가 경기도 박물관에 전시된다 해서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경기도 박물관에서 편찬한 『조선시대 17세기 여성 장신구 옥나비 떨잠에 진주낭 차고』에 동생이 공예 장인으로 참여해 3개의 수낭(繡囊)을 재현했다고 하였다.

 

이번에 재현한 수주머니는 가로세로 10cm 정도 밖에 안 되는 작은 것이기에 정교하기 그지없는 수 땀 하나하나 놓느라 허리, 어깨, 목은 또 얼마나 아팠을까 걱정이 앞선다.

 

한편 엄마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동생의 작품이 박물관에 영원히 보관될 것을 생각하니 가문의 영광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하나님께서 주신 이 놀라운 은사가 자손대대로 이어져서 역사의 한 귀퉁이에 이름이 널리 남는 동생이 되길 기원해 본다. 동생 자랑에 내 어깨 마저 들썩거린다.ㅎ

 

아~~~위대한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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