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무 때문인지 사방이 뿌옇게 보이는 겨울과 봄 사이.
마른 잎으로 가득한 땅의 곳곳에서 삐죽삐죽 올라오고 있는 새싹들을 발견할 때면 경이로운 하나님의 세상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사람들은 춥다고 아우성인데, 때맞춰 언 땅을 비집고 땅 위로 쑥쑥 올라오는 식물들의 순종과 협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지금 엄마의 꽃밭에는 꽃무릇과 튤립, 수선화와 붓꽃 새싹들이 작년보다 더 많은 포기를 불려 열심히 올라오고 있다.
보기에 딱히 다를 게 없어 보이는 나무들에서도 시기에 반응하는 변화가 분명히 있어 자세히 보니 꽃망울을 한껏 맺고 있었다. 어휴, 그간 눈길을 주지 못한 게 무척 미안했다. 슬슬 가지치기도 해 줘야 작은 꽃밭에서 이웃끼리 다투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게 될 터다.
울 엄마 최애 과실나무인 감나무와 나의 최애 꽃나무인 명자나무 가지에도 자잘한 망울이 생겼다. 세상 기후가 어지러워져 가을에도 봄인 줄 알고 꽃망울이 터졌던 슬픈 일이 올해는 없기를 바라지만, 이건 전적으로 인간의 오만함 탓이니, 기온에 충실하게 순종하는 식물들에게는 격려만 해 주면 될 일이다.
꽃들만 열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니다. 눈보라 치는 겨울을 고스란히 몸으로 견디고도 봄이 되니 누런 잎 사이에서 새 잎을 만들어내고 있는 야생 갓과 쪽파, 대파도 갈색 텃밭에 초록 초록 예쁜 빛을 수놓고 있다.
매년 캐고 또 캐서 내년에는 없을 것 같은 냉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방 천지에 가득하다. 이뿐만 아니라, 야생 달래가 포기를 불려 여기저기 쑥쑥 올라오고, 아기 같은 돌나물도 면적을 불려 자라고 있는 이곳은 봄(春) 천국이다.
고요한 엄마의 텃밭을 둘러보는데, 식물들이 물먹는 소리, 이웃 친구들과 속삭이며 하하 호호 웃는 소리가 명랑하게 들려오는 듯했다.
분명 봄(春)이 코앞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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