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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둘에게 매주 토요일은 증조할머니댁으로 나들이 가는 즐거운 날이다.
미리 준비한 간식 박스를 열어 이것저것 먹는 재미도 있고 집 안팎을 맘대로 뛰놀아도 뭐라는 사람도 없으며, 아파트에서 볼 수 없는 신기한 물품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어 장난감으로 놀기에도 그만이라, 애들은 때때로 금요일 저녁에 증조할머니댁에 가서 자자고 조르기도 한다.
딸과 아들의 차이인지, 아니면 5살과 3살의 차이인지 같은 곳에 있어도 둘의 관심사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게 신기하다.
지난 주말, 엄마와 내가 고구마줄기를 다듬고 있는데, 손녀는 그게 재밌어보였는지 줄기 끝을 꺾어주면 자기도 껍질을 벗겨보겠다기에, 서너 개 줄기 꺾어 건넸더니 껍질 까기 초집중 모드로 돌입한다.
이에 반해, 손자는 곤충채집통을 목에 걸고 증조할머니 지팡이로 땅의 개미와 기타 땅 속 벌레를 찾아서 자기 손은 까닥하지 않으면서 나에게 잡아 채집통에 넣어달라고 성화다. 그 통구멍이 커서 개미는 집어넣자마자 바로 빠져나온다고 해도 막무가내.
그런 두 아이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는데, 진짜 '일하는 개미와 느긋하게 노는 베짱이' 같아 더 웃긴다.
한편, 고구마줄기를 까던 손녀는 힘이 들었는지 한 10개 쯤 까더니, '할머니~ 이거 지금 다 못 까면 점심 먹고 까고, 그래도 남으면 목욕탕 갔다 와서 까면 되지요?'하고 곧바로 일어서서 집 안으로 들어가는데 그 말과 뒷모습이 또 웃겨서 한참 배꼽쥐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