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반찬 털이

신실하심 2024. 9. 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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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은 혼자 사시는 엄마 집이 꼬맹이 손주 둘의 웃음소리로 집 안이 들썩거리는 날.

 

게다가 늘 혼자 잡숫던 식사를 여럿이 먹어 즐거움이 배가 되는 날이기도 하다.

 

보통 엄마 집에서 점심과 저녁 2끼를 먹고 오는데 한 끼는 밥과 반찬으로, 또 한 끼는 큰 손녀가 요청하는 최애 국수로 식사를 준비한다.

 

밥 끼니 때는 엄마의 1주일 반찬을 미리 준비해 가기 때문에 가져온 반찬들을 주르륵 내놓으면 적당히 한 상이 차려지지만, 때로는 텃밭에서 금방 걷어 온 채소를 조리해 먹기도 해서, 가끔은 꼬맹이들의 채소 먹기 훈련장이 되기도 하는데, 지난 주말은 갓 정리한 고구마줄기를 바로 데쳐 나물을 만들었더니 부들부들, 오동통통, 달큰한 맛에 온 식구가 홀린 모양.

 

육개장국에 삼치 2 조각 굽고 알배추 겉절이, 멸치해바라기씨볶음, 오이지무침, 고구마줄기 나물과 꽈리고추 넣은 고기장조림이 올려진 점심상 반찬이 거의 완판이 되었는데, 특히 3살 배기 손자의 밥숟가락이 어찌나 귀여운지 한 컷 찰칵.

 

육개장국은 좀 매운 듯해서인지 관심이 없고, 날이 덥다고 밥에 찬 물을 붓고 숟가락에 밥을 푸더니 반찬을 올려달란다. 삼치-물에 씻은 배추겉절이-고구마줄기나물-오이피클(=오이지무침을 그렇게 불렀다)-멸치볶음 순으로 가득 올린 후 입을 크게 벌리고 손으로 입을 감싸서 밥과 반찬이 최대한 한꺼번에 입 안에서 씹히도록 열심히 먹는다. 이를 지켜보시는 증조할머니 입가에 미소가 한가득. 보기만 해도 밥맛이 절로 나신단다.

 

빨간 배추겉절이를 몇 번 물에 헹궈주다가 점차 그냥 올려줬는데도 다른 반찬과 어우러져 매운 맛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지 잘도 먹는다. 아가들까지 5 식구가 열심히 반찬을 먹다 보니, 반찬 그릇이 휑해졌다. 반찬 털이다!!!

 

마지막 숟갈까지 싹싹 먹은 손자가 '아~ 맛있다~~ 채소 많이 먹어서 응가도 잘 나오겠다~~' 그러더니 바로 화장실로 직행해 큰 일을 거뜬하게 보았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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