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질경이에게 배우다

신실하심 2023. 4. 9.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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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야생 들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산야초 중에 하나인 질경이는 연한 잎을 뜯어서 삶아 된장으로 무치거나 기름에 볶아 나물을 만들고, 때로는 살짝 데쳐 물기를 제거한 후 바람이 잘 통하는 응달에서 삐들삐들 말려 간장 장아찌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그런데, 엄마 집에 자리잡은 질경이는 쓰임새가 하나 더 있다.

 

수돗가 콘크리트와 텃밭 사이에 벽돌로 지지대를 해 놓은 곳이 있는데, 그 사이가 자꾸 들떠 쓰러지는 벽돌을 질경이 몇 뿌리로 벽돌을 지지하게 한 것인데, 이건 순전히 연로하신 주인의 아이디어이다.

 

질경이는 척박한 땅 깊은 곳까지 뿌리를 내려, 사람 발에 밟혀 잎이 상한다해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강인함이 있기에 텃밭 여기저기에 자리 잡은 질경이들은 모두 뽑혔지만, 요 지점의 질경이 몇 포기는 벽돌 받침의 사명을 안고 살아남게 된 거다. 

 

이런 사연을 갖고 있는 야생초이지만 벽돌을 지지하면서도 늦가을까지 키가 50cm 정도 자라 보라색 작은 꽃잎을 가진 야생화로 변신해 꽃까지 피우는 질경이를 바라보다, 문득 고난의 과정을 '버팀'으로 통과하고 결국은 죽음을 통해 부활의 승리를 가져오신 예수님의 삶이 떠올랐다. 

 

버티는 것도 버티게 하시는 분이 계시기에 가능한 '주님과의 동행'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며 질경이에게서 그 '거룩한 버팀'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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