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평 남짓한 엄마의 텃밭에도 봄기운이 완연해 땅 속에서는 여러 식물들이 밖으로 나올 순서를 정하느라 바쁜 듯하다.
텃밭 주인은 어느 새 먹을 만한 냉이는 캐서 삶아 놓으시고, 내년에 더 많이 퍼지라고 냉이 몇 뿌리를 남겨 놓으셨는데, 가느다란 줄기 위에 손톱만한 꽃이 피어 바람에 살랑거린다. 나도 꽃이니 봐달라고 하는 듯. 나는 추운데, 가녀린 냉이는 씩씩하다.
대문 옆 도장나무에도 애써 봐야 보이는 겨자색 작은 꽃이 사방에 만개했다. 엄마 집을 다닌지 14년이나 됐는데, 도장나무꽃을 처음 본 것 같으니 미안해서 어쩌나... 한참을 들여다 보니 색깔만 다른 눈꽃 같아 당장 바람에 퐁퐁 날아다닐 것 같다. 꽃을 좋아하는 연로하신 주인에게 봄소식을 예쁘게 전해 주어 참 고맙다.
이에 질세라, 도장나무 옆 산수유나무가 말을 건다. ‘우리도 꽃망울을 맺었어요~’ 작지만 반짝거리는 오무린 손이 어찌나 앙증맞은지, 보고 또 보고. 봄이 왔음을 일찌감치 알려주는 산수유나무를 만지며 또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이제는 수선화 차례. 지난주보다 키가 2배 정도 자라 노란 꽃망울이 여러 개가 달렸다. 매해 보는 수선화이지만, 늘 감탄하는 것은 옷 속으로 찬바람이 스며들어 자꾸 아랫목을 찾게 되는 겨울의 끝자락부터 땅을 뚫고 의연하게 올라오는 그 강인함이다. 다음 주 엄마 집에 오면 샛노란 꽃이 피어 텃밭 정원을 환하게 변화시킬 터.
텃밭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온갖 식물들을 품은 그 자그마한 텃밭, 허술한 땅의 넉넉함에 옹졸했던 나의 낡은 마음들이 자꾸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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