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고마운 봄...

신실하심 2023. 3. 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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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봄을 기다리는 것은 구순이 넘으신 엄마가 조용히 올라오는 봄 생명을 맞이하며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또 볼 수 있기 때문인데, 엄마는 벌써 몇 주 전부터, 감나무와 앵두나무, 영산홍, 보리수나무에 퇴비를 뿌려야하는데... 콩 심을 곳에도 퇴비를 뿌리면 좋은데... 혼잣 말씀을 하고 계시다. 

 

엄마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남편인지라, 일이 있어 2주 만에 엄마 집을 방문해 들어서자마자 나무마다 비료를 얹어주고, 다시 근처 목장에서 소똥을 한 수레 퍼 와 완두콩 심을 자리에 술술술 뿌리더니, 톱을 가져와 웃자란 감나무 가지를 전지 한다. 에구 고마워라...

 

이를 쳐다보고 있는 엄마의 표정 속에 사위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무에게는 다행임이 들어있다.

 

그러다, 금새 텃밭 여기저기를 살피면서 봄생명들과 눈인사를 하시는데.

 

지난해보다 더 많이 식구를 불려 올라오고 있는 수선화와 튤립, 조금 있으면 쑥국 한 번은 너끈히 끓일 수 있을 정도로 소복하게 올라오는 쑥들도 주인 할머니께 반갑게 인사를 한다.

 

'늘 봐 주고 예뻐해 주고 만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쁘게 꽃을 피우고 열심히 자랄 테니 할머니도 올해 건강하세요~~~' 

 

 엄마의 주름진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고맙다~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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