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고구마가 효자!

신실하심 2022. 10. 1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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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내가 엄마 집 현관에 들어서는 것을 보자 엄마가 하신 첫마디.

 

'얘~ 올해 고구마에 꽃이 피더니, 고구마 수확도 대박이다~~~!!!'

 

그리고는 여쭙지도 않은 고구마 수확 스토리를 줄줄줄 읊으신다.

 

'고구마가 어찌나 많이 나오던지, 옮기려고 열 번 이상 계단을 오르내리느라 엄청 고생했다... 다 들여다 놓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크기별로 분류하고 세어보니 400 개가 넘더라... 너희 5남매에게 넉넉히 나눠줄 수 있겠다...해마다 고구마를 심었지만 이렇게 잘된 건 처음이다..사위가 갖다 부은 소똥 때문인가...지력이 좋아졌나?...내년에는 어떨지 기대된다...'

 

사실 10여 년 동안 해마다 텃밭에 고구마 모종을 심었지만, 늘 고구마 줄기만 먹었기에 올해 역시 고구마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고, 그저 연로하신 엄마를 운동시켜주는 고마운 텃밭 친구로만 여기고 있었는데, 느닷없는 고구마 대박에 흥분해 힘든 줄도 모르고 톤 높은 음성으로 많은 말씀을 하시는 엄마.

 

6월쯤, 모종 100개를 11,000원인가에 사서 심은 후, 30개 정도는 길냥이들이 밭을 파거나, 가물어서  죽고, 남은 70개 정도가 자라 여름 내내 고구마 줄기와 씨름하였는데, 뜻밖의 고구마 수확까지 하게 되었으니, 구순 노모의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질 않는다.  

 

그래, 고구마야 네가 효자다!!!

등은 굽고, 쭈굴쭈글해진 울 엄마 손에 보물을 많이 안겨 행복하게 해 줘서...그리고 또 내년을 희망하게 해 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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