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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역별로 김장용 무, 대파, 쪽파, 고춧대, 가지, 상추, 고구마, 토마토, 호박 등이 씩씩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는 푸름이 가득한 가을 텃밭.
마치 홀로 사시는 구순 넘은 텃밭 주인을 성실하게 지키는 늠름한 청지기 같다.
장독대 옆에는 해마다 포기를 늘려 피는 노랑, 하양, 금홍색 국화 봉오리가 한가득 맺혀 있어 얼마 후 주인의 마음밭에 근사한 꽃다발을 안길 준비를 하고 있고.
이에 질세라, 화단 한 쪽에는 올해 처음 구근을 심은 다알리아가 자줏빛 큰 얼굴로 주인에게 강렬한 첫인사를 드린다. 동시에 주인 얼굴의 주름이 펴지면서 어린아이 같은 해맑은 웃음이 슬쩍 지나간다.
여름 내 샛노란 꽃을 피웠던 백년초 줄기 끝에는 어느 새 빨간 열매가 달리고, 사이사이 안착한 돌나물(돗나물)도 건장한 백년초를 의지해 편안하게 누워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봄에 피는 분홍색 명자나무 꽃 두 송이가 이 가을에 피었다. 봄에 피는 겹꽃 모양은 아니지만, 분명히 명자나무 가지 끝에 달렸으니 명자나무 꽃이 맞는데 희한하게 홑꽃처럼 피어 눈을 홀린다. 자세히 보니, 다른 가지 끝에도 꽃봉오리가 몇 개 맺혀 있는데, 웬일일까? 날씨가 포근해 봄인 줄 알았나?
그저 그날이 그날 같은 시간을 살고 있다가, 텃밭 정원 덕에 세월이 가고 가을이 익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 순간, 나의 삶도 이들처럼 아름답게 익고 있나? 되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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