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쯤 마늘을 걷고 난 텃밭이 두어 달 휴식기를 보낸 후, 단단해진 땅을 삽으로 퍼서 뒤집고 두드려 부드럽게 만들고, 삭은 소똥을 뿌려 흙과 섞은 후 예쁘게 두둑을 만드는 선 작업을 완료하면 다시 겨울 김장을 위한 무씨가 뿌려진다.
올해도 9월 초 무씨를 뿌리고 한 달 여가 지났는데 뽀얀 무가 흙을 뚫고 나오고 있다. 마치 아가 엉덩이처럼 보숭보숭, 반짝반짝 빛이 난다.
그 사이, 무가 자랄 자리를 확보해주기 위해 열무처럼 자라고 있는 무청을 솎아 서너 번 김치를 담가 맛있게 먹고 있는 중인데, 해마다 비슷한 시기에 행해지는 같은 작업들이라 특별할 것도 없지만, 깨보다도 작은 씨앗에서 이리 틀실한 무가 만들어지는 것은 언제나 놀랍다.
평생 딛고 다니면서도 공기처럼 천지 사방에 있어 관심은 1도 없었던 '흙'인데, 도대체 그 '흙'이 손발도 없는 작은 씨에게 무엇을 한 걸까?
중고등 시절 배웠던 씨의 구조와 성장 과정 등에 대한 지식적 이해 말고, 무씨가 흙을 만나 벌어진 창조의 세계가 너무 궁금해졌다.
땅을 뚫고 나오고 있는 어린 무를 바라보다, 문득,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지은 인류 최초의 인간인 아담(adam)이 '흙'이라는 뜻을 가졌다는 것이 떠오른다. 혹시, 흙이 생명이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쑥쑥 자라고 있는 텃밭의 무 덕에 창세기 2장에 나오는 비도 내리지 않고 초목도 없으며 땅을 갈 사람도 없는 결핍의 땅에서 정원용 삽을 휘두르시는 하나님을 깊이 묵상하게 되었다.
경이로운 하나님의 세상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창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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